문예회관, 대학로 문화메카로 부활

중앙일보

입력

개관 20년을 맞아 문예회관이 명실상부한 대학로 문화의 메카로 거듭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카페와 레스토랑 때문에 소극장들이 주택가 지하로 밀려난 대학로에서 중심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다.

그간 대학로 중심부인 마로니에 공원 옆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문예회관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청소년이 적지 않았다.

우선 공간 활용부터 달라진다. 오는 9월까지 백스테이지와 분장실을 넓힐 계획. 지금은 창고로 방치돼 있는 무대 뒤 공간도 넓혀 훨씬 다채로운 연출과 무대 출입이 가능해진다.

최근엔 관객들의 편의를 위해 대극장 로비에 커피숍도 꾸몄다. 옥상 공간도 활용해 야외공연도 열고 실내외 공간에 걸친 페스티벌도 벌일 예정이다.

지난해 처음 실시한 기획공연도 대폭 늘어난다.

보통 무용은 2~3일, 연극은 2주 정도에 그치던 대관을 작품만 좋다면 한달 간 빌려주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일반 공연장의 20~50%에 불과할 정도로 대관료(대극장 55만원·소극장 14만원)가 싸 경쟁률(올해 하반기의 경우 5대1)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이런 혜택을 골고루 나누어야 하기 때문에 대관기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 특히 연극의 경우 무대가 익숙해질만 하면 막을 내려야 했었다.

문예회관측은 이달 초 관객개발·공연평가·우수작품 발굴 등 예술감독에 준하는 업무를 전담하는 상근 기획위원을 영입하고 장기공연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국립극장(73년)·세종문화회관(78년)에 이어 81년에 문을 연 문예회관은 대극장(7백9석)·소극장(1백50석)을 갖춘 다목적 문화공간. '대학로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대관·극장 관리·무대기술 지원을 하는데 머물러 대학로의 공연문화를 이끄는 데는 미흡했었다.

극장의 수준을 평가하는 핵심역량인 기획공연은 지난해 두 차례 공연을 한 것이 처음이었다.

장정은 기획위원은 "공동제작형식으로 제작비 일부를 준 다음 입장수입으로 환수해 재정자립도의 수치만 높이기보다는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는 직접 제작 비율을 높여야 극장이 제대로 운영되는 것"이라며 "단독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회원제도 도입해 예술인 중심이 아닌 관객 중심의 문화공간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한기천 관장은 "대관 선별에 과감성을 발휘해 질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겠다"며 "2월은 청소년을 위한 무대, 4월은 실험적인 공연, 5월은 가족 대상의 공연, 9~10월은 연극제·무용제 등으로 특화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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