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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이후 삶이 일생의 3분의 1 … 필요하다면 에스트로겐 도움 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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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이병석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여자 나이 50. 젊다고도 늙었다고도 할 수 없으며, 자신이 걸어온 길은 알지만 어디를 향해 걸어가는지 알 수 없다. 무릎관절이 쑤시고, 어딘가 은거하고 싶은 마음과 다퉈야 하는 날도 있다. 거울 속 모습과 마음속에 그리던 모습이 일치하지 않는 날도 있으며, 지금까지 몰랐던 감정과도 마주해야 한다.” 스웨덴 심리학자 퍼트리샤 튜더 산달이 쓴『여자 나이 50』이라는 책에 나오는 문구다.

 폐경기의 호르몬 변화는 신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불규칙한 월경에서 시작해 안면홍조·식은땀·가슴 두근거림·질 건조·피부건조증까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또 불면증·의욕상실·불안과 같은 정신적인 증상은 일상생활을 어렵게 한다.

 만성질환의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골다공증·고혈압·뇌졸중·알츠하이머 등이 폐경기를 맞으면서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폐경기는 중년 여성의 삶의 질을 바꾸는 중요한 분수령인 것이다.

 한국 여성의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겼다. 평균 폐경 연령이 49.7세이니 폐경 이후의 삶이 일생의 3분의 1이 될 정도로 길어진 것이다.

 폐경기 건강을 위해 필자가 권하고 싶은 것은 세 가지다.

 첫째는 폐경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일찍 전문의의 상담·치료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폐경 전후 2~3년에 나타나는 증상은 대개 모호하면서 불안정하다. 이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폐경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폐경과 연관된 다른 질환의 위험성도 함께 줄일 수 있다.

 둘째는 월경이 1년 이상 없다면 폐경기 호르몬 치료를 고려해 보라는 것이다. 무월경 1년 이후는 대개 폐경으로 진단된다. 이때 줄어든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보충하면 자궁내막 보호효과와 함께 폐경 증상의 완화, 골다공증과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실제 50대 초반에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면 건강한 혈관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새롭게 출시된 호르몬 치료제는 여성호르몬으로 인한 부종을 방지해 주며,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늘어나는 폐경기 여성에게 부가적인 이점이 아닐 수 없다.

 셋째는 능동적인 생활습관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가벼운 증상은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균형 있는 식습관과 지속적인 운동, 그리고 긍정적이면서 적극적인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 여성성이 단절되었다고 좌절하는 환자를 볼 때면 참으로 안타깝다. 이들에게 필자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당신은 아직 인생의 절반밖에 항해하지 않았다. 어떤 항로를 향해 갈지, 어떤 바람결에 몸을 맡길 것인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시기가 왔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이병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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