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3년 만에 LPGA 100승 … 구옥희가 열고 최나연 끝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계) 선수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00승의 전설은 남국(南國)에서 완성됐다.

 한국 여자골프의 에이스 최나연(24·SK텔레콤·세계랭킹 4위)이 1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골프장(파 71·6208야드)에서 끝난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 대회 마지막 날 3타를 줄여 합계 15언더파 269타로 우승했다. 지난 7월 유소연(21·한화)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7차례나 100승 목전에서 물러났던 한국 선수들은 이날 최나연의 우승으로 마침내 100승 고지에 올랐다. 1988년 3월 구옥희(55)가 스탠더드 레지스터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23년7개월 만의 개가다.

 ◆최나연, 청야니 격퇴=최나연은 이날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청야니(대만)와 끝까지 접전을 벌였다. 그러나 최나연은 17번 홀(파 3)에서 버디를 잡아내 청야니의 추격을 따돌렸다. 한국 여자골프의 에이스답게 승부처에서 더욱 매서웠다.

청야니는 마지막 날 6타를 줄였지만 14언더파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키 1m68㎝에 호리호리한 체격의 최나연은 지난해 2승(제이미 파 클래식·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올리며 LPGA투어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차지한 실력파다.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54.9야드(LPGA 30위). 마음만 먹으면 270야드 정도는 가볍게 때려낼 수 있는 장타자다. LPGA투어의 코스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 추세지만 최나연은 전장이 긴 코스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며 올 시즌 최강으로 떠오른 청야니와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87년생으로 9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세리(34)를 동경해 골프를 시작한 대표적 ‘박세리 키즈’다.

◆한국 선수 100승까지=구옥희가 첫 승을 거둔 지 6년 뒤 고우순(47)이 일본에서 열린 LPGA투어(토레이 재팬 퀸스컵)에서 94년과 95년 잇따라 우승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 무대는 일본이었다. 98년 박세리가 LPGA투어에서 수퍼스타로 등장했다. 박세리는 그해 5월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을 시작으로 미국 진출 첫해에 4승을 거둬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특히 7월에 열린 US여자오픈에서 연장 사투 끝에 거둔 우승은 한국 골프사에 남을 위업이었다. 박세리가 연장 18번 홀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흰 발을 드러낸 채 물에 들어간 공을 쳐낸 장면은 당시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줬다. 박세리 키즈의 탄생도 이 장면이 계기가 됐다. 박세리는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25승을 거뒀고, 2007년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정제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