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동아건설 총선자금 지원로비 수사

중앙일보

입력

동아건설의 총선자금 지원설이 불거진 5일 검찰의 반응은 조심스러웠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초 첩보를 입수, 내사를 한 것은 사실" 이라면서도 "그러나 본격적인 수사착수 시점은 오는 12~13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이후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입장은 다분히 정치권을 의식한 성격이 짙어 보인다.

당장 수사에 착수할 경우 동아건설로부터 돈을 받은 인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야당의 거센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고, 남북 정상회담에까지 악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동아건설 고병우(高炳佑)회장 등 4명에 대한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는 본격적인 수사 착수에 앞선 몸 풀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高회장 등 관련자들의 발을 묶은 상태에서 남북 정상회담 결과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본 뒤 수사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의미다.

검찰이 다음주 후반부터 高회장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경우 횡령 및 배임죄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집중될 전망이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상태의 기업이 정치권에 무차별적으로 돈을 쏟아부은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면서 "하지만 개인의 이익을 위해 돈을 사용하지는 않은 것 같다" 고 설명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1년간 법인은 2억5천만원, 개인은 1억2천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내지 못하며 기부금을 내고도 영수증을 받지 않을 경우 법을 위반하는 것' 이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검찰 수사는 동아건설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들에 대한 조사를 가급적 자제하는 선에서 高회장 등의 개인비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의 의도와 달리 수사가 진행되면서 정치권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동아건설의 관계자들이 "보험 성격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했다" 고 진술하고 나서면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치자금 조성경위를 파헤치면서 의외의 인물이 등장한 전례를 볼 때 검찰의 수사 착수는 어떤 식으로든 정치권을 요동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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