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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 1시간 30분 … 국산고속철, 시속 430km 찍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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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차세대 고속철 모델 이미지.

“웅~”. 11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실험동은 굉음에 휩싸였다. 러닝머신 같은 커다란 롤러 위에 서있던 차세대 고속열차(열차명 HEMU400)의 차륜(바퀴)이 세차게 돌기 시작한 것. 고속열차의 차륜이 엄청난 속도로 돌아갔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실험동 벽면에 있는 계기판의 붉은 색 숫자가 치솟았다. 시속 400㎞를 넘긴 계기판에 마침내 428㎞가 찍히자 실험동에는 환호성이 터졌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고속철의 주행장치(동력대차) 시운전이 성공한 것이다.

 시속 400㎞대의 고속철 시대가 바짝 다가왔다. 이 열차가 상용화되면 현재 KTX로 두 시간이 걸리는 서울~부산을 1시간3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프랑스와 독일·일본 등이 우리보다 앞서 시속 400㎞대의 고속철 시운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용화한 나라는 없다.

 철도연 홍순만 원장은 “시속 400㎞대의 고속열차 개발로 세계 톱클래스의 철도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며 “고속철 건설을 추진 중인 브라질이나 미국 등 해외시장 진출에도 유리한 위치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철도연은 이 동력대차에 현재 제작 중인 객차 6량을 얹어 내년 초부터 시험운행에 들어간다. 열차가 실제 달리는 선로에서 시속 80㎞부터 최고 속도 430㎞까지 끌어올리며 차량의 안전성과 부품의 성능 등을 시험하는 것이다. 3~4년간 시험운행에서 열차의 안정성이 입증되어야 실제 운행에 투입된다. 실제 운행속도는 시속 370~400㎞가 될 전망이다.

 시속 400㎞대의 비밀은 동력대차에 숨겨져 있다. 프랑스에서 들여온 KTX나 현대로템이 개발한 KTX-산천은 열차의 맨 처음과 마지막에 장착된 동력차가 나머지 객차를 끌고 밀며 달리는 동력집중방식이다. 하지만 차세대 고속열차는 모든 객차에 동력전달 장치가 달려 있어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동력분산식으로 제작됐다. 2007년 개발이 시작돼 962억원이 투입됐다. 철도연 김기환 고속철도연구본부장은 “동력분산식 열차는 모든 객차가 자체 동력으로 달리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고 힘도 좋아 수송량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력분산식은 모든 객차에 동력장치가 나누어져 있다 보니 제작 단가가 비싸고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 동력분산식 열차는 국내에서 시속 200㎞ 이하인 지하철에서 운행됐을 뿐이다. 고속으로는 운행된 사례가 없어 시험 운행 중 예기치 못한 기술적 결함이 발견될 수 있다. 특히 KTX 1단계 구간(서울~대구)은 시속 350㎞에 맞춰 건설돼 일부 구간에서는 선로를 직선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밖에 동력분산식 열차(410㎾)와 동력집중식 열차(1100㎾)는 사용하는 전력이 달라 전력선을 보수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김기환 고속철도연구본부장은 “기존 고속철도 레일을 염두에 두고 설계해 최소한의 보수작업만 하면 된다”며 “특히 경부선 2단계 구간(대구~부산)은 전혀 손보지 않고도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글=이상화 기자

◆동력대차(動力台車)=객차를 떠받치는 동시에 열차의 동력을 레일에 전달해 속도를 올리거나 내리는 역할을 한다. KTX는 맨 앞과 뒤의 대차에만 동력장치가 달려 있다. 하지만 차세대 고속열차는 모든 대차에 동력 전달 장치가 달려 있어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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