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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달리다

중앙일보

입력

신주쿠 경찰서 생활 안전과에 근무하는 나카야마 형사는 한국인 정보원 히데요시와 결탁하여 신주쿠를 근거로 활동하는 야쿠자 집단 '애호 조직'에 경찰 단속 정보를 흘려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지만 범죄의 수사 역시 게을리 하지 않는 기묘한 정신 구조를 갖고 있다.

나카야마 연인이자 히데요시가 동경하는 창녀 모모. 이들 세 사람은 신주쿠의 가부키쵸에서 자신들의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돈에만 집착하는 모모는 히데요시와 손잡고 매춘, 암달러상, 비빌 도박장을 운영, 사실을 애호 조직의 두목 곤다에게 발각되어 곤경에 처하게 된다. 한편, 마약 단속에 나선 나카야마는 마약상에게서 빼앗은 마약을 후배 경찰 사쿠마와 맞고, 술집 여자 삐기를 강간, 가게를 엉망으로 파괴한다.

경찰에 신고한다는 포주를 향해 나카야마는 냉정하게 대답한다. "강도, 사기, 공갈, 폭행, 상해 죄로 전원 체표" 배신과 우정과 사랑이 공존하지만 세 사람의 기묘한 관계는 모모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히데요시는 자신의 침대에서 시체로 누워있는 모모를 발견하고 경악한다. 누가, 왜 자신의 집에서 모모를 살해했을까. 이 때 들어온 나카야마. 두 사람은 사건의 진범을 잡겠다며 시체를 매고 거리로 나온다.

모모의 행적을 추적하던 중 곤다의 이름이 떠오르자 복수를 결심하고 애호 조직의 사무실로 들이닥친다. 이곳에서 나카야마는 히데요시와 모모의 관계를 전해듣고, 자신을 속인 두사람에 대해 배신감으로 흥분한다.

그러나 히데요시는 곤다에게 납치되고, 경찰과의 뒷거래인 권총의 운반책을 명령받는다. 히데요시는 경찰들 앞에서 갑자기 발포하며 도망치고, 그를 뒤쫓는 나카야마와 경찰들은 신주쿠 한가운데를 달리고, 계속해서 쫓고 쫓기는 나카야마와 히데요시의 행선지는 과연 어디인가...

리뷰

재일교포 2세 최양일 감독의 신작. 재일교포 세계에 카메라 렌즈를 고정시킨〈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로 이름을 날린 그가 신주쿠 가부키초로 무대를 옮겨 밑바닥 인생을 그린 영화다. 하드보일드와 코미디가 잘 결합했다. 냉소와 조소,스릴과 유머가 마구 뒤엉켜있어 그런 결합을 튼튼히 받쳐준다.

이 때문에 무거운 주제를 코믹하게 소화해 낸 전작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의 궤를 잇는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그런 점에서〈소나티네〉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과 흔히 비교된다. 그러나 최대한 대사를 절제한 가운데 무표정한 인물의 행동을 통해 세상에 대한 섬뜩한 시선을 내보이는 기타노가 정(정)적이라면 최 감독은 동(동)적이다.

비밀도박, 폭력, 공갈, 사기, 매춘, 마약 등 범죄현장을 거침없이 묘사하고 주인공을 전력질주케 한 뒤 카메라로 거칠게 따라잡는〈개달리다〉는 제목 만큼이나 부산하고 소란스럽다. 야쿠자에게 정보를 흘리고 그 대가로 돈을 받고 정부(정부)까지 둔 형사 나카야마는 경찰의 타락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나카야마의 정보원으로 위세를 부리며 밀입국 등에도 가담하고 있는 히데요시의 우스꽝스런 일상은 하드보일드풍의 무거움을 덜어주는 균형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야쿠자 두목과 나카야마와 동시에 관계를 맺고 있는 상하이 출신의 창녀 모모는위험을 무릅쓰고 줄타기하는 밑바닥 인생의 표상일 게다. 자신 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는 이들 뒷골목 삼류인생의 삶을 직시하는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감각의 제국〉조감독을 거친 최 감독은 1994년 북한국적을 버리고 남한국적을취득했다. 그후 1년간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한뒤 일본으로 돌아가 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 짧은 유학생활을 토대로 언젠가 제주도를 무대로 영화를 찍고 싶단다. 10일개봉.(서울=연합뉴스) 이명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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