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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10월의 맛 | 송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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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산 속 흙더미에서 송이는 꽃처럼 피어난다. 쉽게 잊혀지지 않는 독특한 향기는 송이를 찾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10월은 송이의 계절이다. 송이는 9월 중순부터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해 10월 중순까지만 핀다. 싱싱한 송이를 먹을 수 있는 기간은 1년에 한 달뿐. 송이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억제하고 혈액순환을 증진한다. 동맥경화와 심장병, 당뇨병 개선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가 송이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은은하면서도 한번 맡으면 잊지 못하는 중독성 있는 향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 송이 산지로 꼽히는 곳은 경북 봉화군, 울진군과 강원도 양양군이다. 전국에서 이 세 지역만 지리적 표시제를 하고 있다. 땅 위로 고개를 하나둘 내밀기 시작한 송이를 만나러 봉화와 양양으로 떠났다.

글=이상은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 기자

송이 훔쳐갈까 봐 텐트 쳐 놓고 산 지켜

지난달 하순 경북 봉화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해 송이 도매업을 하는 임종원(50)씨를 만났다. 송이가 자라는 야산으로 함께 이동했다. 우거진 수풀을 헤치며 산을 20분 오르니 ‘입산금지’라고 쓰인 팻말이 보였다. 채취 철이 되면 몰래 송이를 캐 가는 사람이 많아 팻말을 세워 놓았단다. 10분을 더 올라가니 텐트가 나왔다. 팻말을 세워 놔도 올라오는 사람이 많아 아예 텐트를 치고 지낸다고 했다.

텐트 속엔 산 주인이자 송이를 직접 채취하는 김교민(48)씨가 있었다. 그는 즉석에서 송이라면을 끓여줬다. 라면을 끓이다 마지막에 송이버섯을 찢어 넣으니 송이라면이 됐다. 잘못 뽑히거나 밟혀 가치가 떨어진 게 대부분이었지만 넣는 순간 국물에 강한 향이 확 퍼졌다. ‘송이탕’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자, 이제 송이라면으로 배를 불렸으니 송이를 찾아 나서 볼까요?”

김씨가 앞장서며 말했다. “올해는 송이가 지난해보다 늦게 나오고 있어요. 일일 최고온도 25도, 최저온도 19도 정도에 습도가 적당해야 하는데 올핸 기온과 습도 모두 너무 높아 송이가 아직 거의 안 나왔어요.”

많지 않은 송이를 찾기 시작했다. ‘꼭 찾아내고 말겠다’는 마음으로 살펴보니 나무 아래 흙에 덮인 채 2㎝ 정도 머리를 내민 송이가 하나 보였다. 30분 넘게 찾은 송이는 다섯 개가 전부였다.

“자, 이젠 송이를 캐 보세요.”

김씨가 1m 정도 되는 막대를 내밀었다. 송이 뿌리 아래로 막대를 깊숙이 넣었다. 그런 다음 조심스럽게 밀어올리니 송이가 쑥 올라왔다. 송이를 뽑아낸 자리의 흙에선 흰빛이 돌았다. 송이 균이 퍼져서 그렇단다. 그렇게 균이 퍼지고 나면 다음해에도 비슷한 자리에서 송이가 난다. 그 흙을 한 움큼 쥐고 냄새를 맡아 보니 향긋한 송이 향이 났다.

“올해는 기온·습도 높아 송이가 귀해요”

다음 날엔 강원도 양양을 찾았다. 송이 채취를 하는 권순로(58)씨를 만나 산을 올랐다. 권씨도 “올해는 날씨 때문에 송이가 아직 없다”며 “그만큼 인공적인 힘을 빌리지 않고 자연에서 탄생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권씨는 함께 산을 오르며 송이가 주로 있는 곳을 알려줬다. 송이는 큰 나무보다 얇고 작은 나무 아래 많고, 원을 그리면서 나는 경우가 많다. 권씨가 알려준 대로 한 시간 넘게 산을 헤집고 다녔다. 하지만 송이는 한 송이도 볼 수 없었다. 아무래도 올해 송이는 무척 비쌀 것 같다.

아쉬움을 달래며 양양 송이 공판장으로 향했다. 많지는 않았지만 양양군 곳곳에서 모은 송이가 등급별로 분류되고 있었다. 길이 8㎝ 이상에 갓이 전혀 피지 않았으면 1등급, 6~8㎝에 갓이 3분의 1 이하로 퍼졌으면 2등급, 길이 6㎝ 미만이면 3등급(정지품), 갓이 3분의 1 이상 퍼졌으면 개산품이다. 기형이거나 벌레가 먹었거나 물에 젖은 개산품이면 등외품이 된다.

지난달 27일 시세로 ㎏당 1등급은 52만3600원, 2등급 36만3600원, 3등급 31만3700원, 개산품 27만6800원, 등외품 23만3700원이었다. 수량이 부족해 지난해보다 ㎏당 10만원쯤 가격이 뛰었다. 권씨는 “송이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개산품을 추천한다”며 “개산품은 너무 많이 피어버렸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만 풍미만큼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 송이 산지 연락처

봉화

봉화자연송이(054-673-7010), 봉화싱싱송이(054-673-3526), 송림물산(054-673-5106), 봉화유통(054-673-0970)

양양

양양자연송이영농조합법인(033-672-5577), 송이마트(033-671-0089), 송이타운(033-673-1436), 산과바다(033-671-9954)

※산림조합중앙회(www.nfcf.or.kr)가 홈페이지에서 매일 송이 시세를 공지한다.

간단하게 해먹는 송이요리

송이, 어떻게 해 먹으면 맛있을까. 뽑은 자리에서 흙만 털어 먹어도 맛있는 것이 송이라지만, 그래도 송이 산지에선 어떻게 먹을지 궁금했다. 경북 봉화 주민의 소박한 송이요리를 공개한다. 꼭 지켜야 할 점은 강한 양념을 삼가야 한다는 것. 고춧가루나 마늘처럼 향과 맛이 강한 재료가 들어가면 송이 특유의 향이 줄어든다. 정확한 레시피도 없고 투박한 감도 있지만 송이 고유의 매력을 잘 살린 현지 요리를 공개한다.

글·사진=이상은 기자

1 송이전

부침가루와 물을 잘 섞는다. 비율은 일대일이 적당. 그런 다음 애호박·양파·감자·당근을 얇게 채 썰어 반죽에 섞는다. 송이는 두 개 정도 준비해 얇게 저며 놓는다. 전을 부치다 거의 다 익으면 마지막에 송이를 빙 둘러 얹는다. 바삭한 부침개와 쫄깃쫄깃한 송이가 잘 어울린다.

2 송이라면

딱히 요리법이랄 것도 없다. 라면을 끓이다 마지막에 송이를 손으로 쭉쭉 찢어 넣으면 된다. 이때 등외품 송이를 써도 무방하다. 단 너무 맛의 특색이 강한 라면은 피해야 한다. 송이를 빛나게 해 줄 평범한 라면이 좋다.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3 송이돌솥밥

송이는 역시 얇게 저민다. 촉촉하게 하기 위해 찬물 속에 담가 놓는다. 돌솥에 쌀을 넣고 밤·대추·은행·완두콩을 얹는다. 밥을 지어 뜸을 들인다. 뜸을 다 들이고 난 뒤 송이를 얹어야 한다. 처음부터 함께 넣으면 송이가 질겨진다. 송이를 얹고 1분 정도 돌솥 뚜껑을 다시 닫았다 연다. 여는 순간 송이 향이 사방에 확 퍼진다. 간장에 비벼 먹는다.

4 송이구이

먼저 송이를 얇게 저민다. 소금을 살짝 뿌려 은행·밤·채 썬 대추와 함께 쿠킹 포일에 싼다. 쿠킹 포일에 싼 채 그대로 가스불에 올려 굽는다. 약한 불에 5분 정도 굽는다. 쿠킹 포일에 싸서 구우면 송이의 향과 수분이 날아가지 않고 그대로 있다. 한입 맛을 보니 촉촉한 송이에서 즙이 나와 입속 가득 퍼졌다.

호텔서 선보이는 송이요리

현지에 직접 가서 사 온 재료로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다. 대신 호텔 송이요리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서울시내 호텔가가 가을을 맞아 저마다 다양한 송이요리를 준비했다. 한·중·일·양식이 모두 준비됐으니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송이요리를 골라 먹는 즐거움을 느껴 보자. 프로모션이 일찍 끝나는 순서대로 정리했다.

이상은 기자

● 리츠칼튼 서울(www.ritzcarltonseoul.com)

일식당 하나조노에서 10일까지 송이 전복찜과 구이, 덮밥 등이 포함된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런치코스 9만5000원, 디너코스 19만원. 세금·봉사료 별도. 02-3451-8276.

● 르네상스 서울 호텔(www.renaissance-seoul.com)

일식당 이로도리에서 14일까지 송이 전복구이, 송이덮밥 등 다양한 송이요리를 선보인다. 3만9000~9만9000원. 세금 및 봉사료 별도. 02-2222-8659.

● 신라호텔(www.shilla.net)

중식당 팔선은 31일까지 송이볶음과 통 해삼찜 등이 포함된 송이 코스메뉴를 선보인다. 점심 14만~15만원, 저녁 19만원. 세금· 봉사료 별도. 02-2230-3366.

● 서울 팔래스호텔(www.seoulpalace.co.kr)

일식당 다봉에서 31일까지 송이돌솥밥과 송이 소금구이가 포함된 송이 정식을 맛볼 수 있다. 15만원. 세금·봉사료 별도. 02-2186-6888.

● 밀레니엄 서울 힐튼(www.hilton.co.kr)

프렌치 레스토랑 시즌즈에서 31일까지 한우 등심과 송이구이가 포함된 프랑스식 코스요리를 선보인다. 15만원. 세금·봉사료 별도. 02-317-3060.

●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www.walkerhill.co.kr)

한식당 온달에서 다음 달 30일까지 송이 살치살 볶음 등 일품요리를 선보인다. 중식당 금룡에서도 죽통 연잎 송이 철판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사진). 요리에 따라 5만~45만원. 세금·봉사료 별도. 02-455-5000.

●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www.seoul.intercontinental.com)

일식당 하코네가 다음 달 30일까지 송이구이(12만원), 송이전골(7만원)을 선보인다. 세금·봉사료 별도. 02-559-7623.

● 임페리얼 팰리스(www.imperialpalace.co.kr)

중식당 천산이 다음 달 30일까지 송이 샥스핀찜, 송이와 해삼 등 중식과 결합한 송이요리를 선보인다. 12만원부터. 02- 3440-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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