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성교육서 『동학』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퇴계 선생이 손자 안도에게 준 편지에 이르기를 “말하고 행동하는 사이 항상 겸손하고 삼가서,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하지 말고….”’

 『퇴계언행록』에 나오는 한 구절이 퇴계 이황의 13대 손인 한학자 이상호(1883∼1963)가 편찬한 『동학(東學)』의 가언 편에 나온다.

 『동학』은 이씨가 고향 안동 도산에 살면서 집안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쓰려고 엮은 책이다. 선조인 퇴계의 말씀 등이 절반쯤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율곡 이이, 충무공 이순신, 남명 조식 등 우리나라 선현 100여 명의 언행 등을 추렸다.

 『동학』은 예사롭지 않은 책이다.

 신식 교육이 시작되기 전 청소년 인성교육의 고전은 중국에서 들어 온 『소학』이다. 『소학』은 중국에서 저술돼 중국의 역사적 교훈과 중국 성현의 말씀을 바탕에 두고 있다. 중국은 우리와 풍속·문화가 달랐지만 조상들은 수백년 동안 『소학』을 그대로 받아들여 가르쳤다. 『동학』은 거기에 대한 반성이다. 그래서 책 이름도 해동 선현의 학칙을 담았다는 뜻을 담아 ‘동학’이다.

 한문으로 전하는 이 책을 이번에 국역한 영남대 신귀현(77·철학박사) 명예교수는 “『동학』은 중국의 고전이나 문헌을 인용하지 않고 우리나라 역사와 선현의 말씀으로 청소년 인성 교재를 엮은 것이 특징”이라며 “후세들에게 민족 주체성을 확립하려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동학』은 선현의 말씀을 담은 ‘가언’과 행동을 담은 ‘선행’편 등 『소학』의 체제를 원용하고 있다. 『동학』(에디터, 319쪽)은 원전과 함께 처음 국역한 역문을 함께 실어 인성과 한문 교육을 겸하게 하고 있다.

송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