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칸첸중가] 출국에서 등정까지

중앙일보

입력

산악인 엄홍길이 18일 칸첸중가 등정에 성공한 것은 출국 후 2달 동안 몇 번의 좌절과 사고를 딛고 일궈낸 쾌거였다..

지난 3월18일 김포공항을 떠난 원정대는 4월 3일 베이스캠프(5천4m)에 도착했다.셰르파 1명과 네팔인인 원정대 주방장이 혼수상태에 빠지는 등 심각한 고소 증세를 보여 중도 탈락했다.취재기자도 심한 두통으로 3천7백m 지점까지 내려갔다가 이틀 뒤 다시 합류했을 정도다.

13일부터 17일까지 원정대는 캠프1(6천1백m)·캠프2(6천8백m)·캠프3(7천7백m)를 개척했다.베이스캠프로 내려와 체력을 보충한 뒤 19일 정상 공격을 위해 출발했다.이대로라면 23일쯤은 정상 정복이 가능했다.

22일.캠프3까지 올라갔으나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안개가 낀 데다 설상가상으로 셰르파 다와(29)가 절벽에서 떨어진 얼음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베이스 캠프로 철수했으나 다와는 끝내 숨졌다.그와 98년 안나푸르나 원정을 함께 했던 엄홍길 대장은 침통했다.

5월초까지 궂은 날씨가 계속됐다.지긋지긋할 정도로 눈이 내리고,가끔 불어대는 강풍에 꽉막은 텐트 틈으로 눈발이 들어와 텐트 안까지 하얗게 만들어 놓았다.식량이 떨어져가고 대원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5월 10일이 지나면서 날씨가 맑아졌고 15일 원정대는 등정을 위해 다시 베이스캠프를 출발했다.

18일 새벽 엄대장·박무택 대원 등이 정상 공격을 시작했다.바람도 구름도 거의 없고 환한 보름달빛만 눈위를 비췄다.그러나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치는 등 기후가 급변했다.공격조는 눈보라를 피해 등정을 머췄고 시간은 마냥 흘렀다.예정보다 18시간 을 넘겼을때 베이스캠프 무전기에 지지직 소리가 났다.“정상이다.” 순간 터지는 환호.몇몇 대원이 흘린 감격의 눈물은 오래 씻지 않아 시커매진 그들의 얼굴에 흰 선을 그렸다.

문득 숨진 셰르파 다와의 얼굴이 대원들의 눈에 떠올랐다.맑게 갠 저 하늘 어딘가에서 그도 우리의 등정 성공을 축하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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