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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증후군 좌담] 채희동 교수와 3인의 주부가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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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나이 50쯤이면 누구나 걱정하는 것이 있다. ‘폐경(閉經)’이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난데없이 식은땀이 흐르는가 하면, 걷잡을 수 없는 우울감에 빠진다. 문제는 많은 여성이 폐경 증상을 혼자서만 고민한다는 것이다. 김명숙(51·서울 영등포구)씨도 마찬가지다. 지난 추석 동서들과 전을 부치다 얼굴이 화끈거려 집 밖을 계속 들락거려야 했다. 알고 보니 손위 동서(유영애·57·경기도 평촌시)도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치료는 언제부터 해야 하는지, 호르몬 치료는 받는 게 좋은지 궁금한 게 너무 많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14일 김명숙씨와 유영애씨, 그리고 김씨의 친구 허수경(47·서울 양천구)씨가 폐경 전문가인 채희동 교수(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를 만나 폐경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

왼쪽부터 허수경씨, 채희동 교수, 김명숙씨, 유영애씨. 14일 서울아산병원 7층 야외공원에서 약 2시간에 걸쳐 폐경에 대한 궁금한 점들을 묻고 답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허수경=저는 47세인데요, 아직 생리가 끊긴 것도 아닌데 폐경 증상처럼 심장이 마구 뛰고 얼굴이 화끈거려요. 폐경도 아닌데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나요? 폐경도 전조증상이 있나요?

 “흔히 생리가 끊긴 시점부터 증상이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생리가 멈추기 1~2년 전부터 서서히 나타납니다. 흐르던 물이 서서히 줄듯 여성호르몬도 점차 감소하기 때문이죠. 얼굴이 붉어지거나 화끈거리고, 식은땀이 나며, 심장이 갑자기 쿵쾅거리는 증상이 자주 나타납니다. 보통 폐경 1~2년 전부터 시작해 폐경 후 3~7년까지 지속합니다. 사람마다 차이가 큽니다. 신체가 여성호르몬 감소에 적응하는 과정입니다. 피로감·우울증·기억력 장애·수면장애·질 건조감·신경과민·피부건조증 등도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이렇고, 몸 안에는 뼈 손실이 일어나고, 혈압이 높아지는 등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도 높아집니다.”


김명숙=전 폐경 1년차예요. 안면홍조와 가슴 두근거림이 심한데,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호르몬 치료가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고 들었는데….

 “여성호르몬을 투입하면 증상이 완화되지죠. 증상뿐 아니라 골다공증과 대장암의 발생 위험도 줄고요. 고지혈증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유방암 발생 위험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유방암이 여성호르몬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죠. 하지만 발생 가능성은 아주 적습니다. WHO(세계보건기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호르몬 치료를 5년 이상 받은 여성은 1만 명당 8명꼴로 유방암 발생 위험이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여성은 신체 특성상 미국보다 유방암 발병률이 4~5분의 1로 낮은 수준이므로 실제 위험은 더 낮을 겁니다. 더구나 이 연구에서는 호르몬 치료를 5년 이내로 받은 사람은 유방암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함께 냈습니다.

 유방암이 무서워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은 교통사고가 무서워 밖을 나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게다가 호르몬 치료를 받는 분은 6개월에 한 번씩 부인과 검사를 받기 때문에 유방암을 초기에 발견해 오히려 더 잘 관리할 수 있지요.”

유영애=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살이 찌고 혈압도 높아진다고 해요.

 “호르몬제 성분인 에스트로겐은 체내 수분을 잡아두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몸이 부어 살이 찐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에스트로겐의 특성을 낮추는 ‘드로스피레논’이라는 성분을 쓴 호르몬 치료제도 있습니다. 수분을 몸 밖으로 잘 보내 체중이 늘지 않게 하고, 이뇨작용도 있어 혈압을 낮춰주는 역할도 합니다. 다양한 호르몬제가 있으니 개인에 맞는 약을 선택해 복용하면 됩니다.”

허수경=폐경 후에는 어떤 질환을 조심해야 하나요?

 “호르몬 치료를 받는 여성은 6개월~1년에 한 번씩 부인과 검사를 받게 됩니다. 호르몬 투여에 대한 몸의 변화를 체크하는 것이죠. 유방암 검사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호르몬 치료와는 별도로 50대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질병에 대해 전반적인 검사도 해야 합니다. 골다공증·당뇨병·고혈압·자궁근종 검사도 함께 받아야겠지요.”

유영애=성격이 변했다고 오해도 받아요.

 “폐경기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옵니다. 조용하던 사람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활달한 성격의 여성이 우울해 할 때 가족이 오해하기 쉽습니다. 호르몬 변화 때문에 오는 당연한 증상인데 말입니다. 하루 30분, 주 3회 걷기 운동, 칼슘이 많이 든 음식(콩·말린표고버섯·고등어) 섭취도 갱년기 증상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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