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으론 외국 못 당해, 고려인삼 명품화가 살 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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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호 14면

우리나라가 인삼 종주국의 위치를 탈환할 수 있을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미 맹주가 된 캐나다와 미국의 공격, 후발 주자인 중국의 추격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특히 중국은 그간의 덤핑 전략을 버리고 ‘장백산(백두산) 인삼’을 브랜드화해 고가 전략을 쓸 움직임이다. 중국 동북 3성 역시 고려인삼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한국 인삼 산업의 앞날은

머잖아 다가올 한ㆍ미,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도 인삼산업엔 큰 위기다. 현재 수입 수삼ㆍ백삼의 관세는 223.8%, 홍삼의 관세는 754%에 이른다. 국내 인삼 가격이 높다 보니 밀수 인삼도 늘고 있다. 2003년 75t에 불과하던 밀수량이 2006년엔 210t으로 급증했다. 물론 이것도 적발된 양에 불과하다. 밀수 인삼은 대부분 보따리상이나 일반 관광객의 휴대품 등을 통해 국내에 들어와 서울 경동시장 등에 유통되고 있어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긴 어렵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다음 달 28일 서울 청계 광장에서 선포될 ‘인삼의 날’을 앞두고 ‘인삼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농식품부 산하 농촌진흥청이 지난 7월 제안한 ‘천년 인삼 프로젝트’와 2007년 농수산물유통공사가 마련한 ‘인삼 세계화를 위한 마케팅 전략’ 등을 참고하면 윤곽이 드러난다. 우선 세계 수준의 인삼연구센터를 건립해 세계 인삼 연구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방안이다. 미국ㆍ캐나다 등에 비해 우리나라의 인삼 연구가 뒤지는 게 현실이다.

농식품부 채소특작과 김영만 사무관은 “우리 인삼의 지위를 위태롭게 만든 ‘승열(乘熱)작용’과 ‘인삼 농약 검출’ 루머는 정확한 검증이나 재확인 없이 문제를 부풀려 홍보한 경쟁국 마케팅 전략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체계적인 연구가 되지 않다 보니 국내 의사ㆍ학자들 사이에서도 몸에 열을 내는 인삼의 승열작용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지속 가능한 인삼산업은 종주국 탈환의 필수요소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우량 품종 보급 확대 ▶기계화 ▶현대식 해가림시설 개발 등 품질을 높이고 생산비를 낮출 수 있는 기술을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기존의 산비탈이나 밭뿐 아니라 논 재배기술도 보급해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다는 아이디어도 있다.

고려인삼의 우수성에 대한 과학적 홍보 및 명품 이미지 부각도 중요하다.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세계인을 상대로 한 ‘세계인삼과학상’을 신설해 인삼 연구도 장려하고 인삼 종주국의 위상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2006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리고 있는 금산 세계인삼엑스포 역시 같은 의도다. 정부는 이 같은 전략을 통해 고려인삼을 명품화ㆍ세계화하고 현재 1억 달러 수준인 수출을 2015년까지 3억 달러 이상으로 늘리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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