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강혁, 신인왕 예감

중앙일보

입력

비운의 스타 강혁의 부활조짐이 심상치 않다.

두산의 강타선을 맞는 투수들에게는 6번에 포진해 있는 왼손잡이 강혁이 여간 골치거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나 요즘 그의 타격을 보면 아마시절 초고교급 선수로 불리우며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하던 그의 모습이 생각난다. 신일고 시절 그는 정교한 타격솜씨로 차세대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일찌감치 낙점받았었다.

그러나 당시 두산의 전신인 OB와 한양대 사이의 이중등록 파문으로 프로야구계에서 영구제명 당하는 불운을 겪게 된다.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그에게 아마 무대는 너무 비좁아 보였지만 프로로 뛰어들 수 없었던 상황에서 방콕 아시아 경기는 마지막 사활이 걸린 기회였다. 결국 그는 주전 5번 타자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며 영구제명의 사슬을 끊게 된다.

그러던 그에게 모진 시련은 또 다시 찾아왔다. 정신적으로 그를 지탱해 주던 아버지의 사망소식과 동계훈련중 불의의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작년 시즌이 끝나갈 무렵 고작 20타석에 들어서서 0.150의 초라한 성적을 거두자 사람들은 강혁의 이름을 잊기 시작했고, 올시즌 두산의 팀전망에서도 강혁을 거론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었다.

그러나 강혁은 시범 경기부터 두각을 나타내더니 시즌 개막과 함께 주전 1루수 자리를 꿰차며 두산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작년까지 주전 1루수였던 타이론 우즈에 비해 장타력은 떨어지지만 특유의 정교한 타격과 뛰어난 수비능력으로 중고신인왕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14일 현재 0.336로 타격7위, 43개로 최다안타 7위를 달리고 있다. 올시즌은 조규수, 이승호등 뛰어난 고졸 신인 투수들이 눈에 띈다.

과연 강혁이 얼마나 개인 성적과 팀성적을 잘 이끌어 뛰어난 무서운 신예들의 바람을 잠재우고 작년 홍성흔에 이어 두산에 신인왕 2연패를 안겨주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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