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 15명 '즐거운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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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하고 사장님이 손수 만들어 준 한국 음식도 먹고…. 한국에 와 고생하며 쌓인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아요. "

13일 서울 나들이에 나선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외국인 연수 근로자 15명은 오랜만에 향수를 잊는 듯 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함부로 대하는 회사도 있다고 들었지만, 고궁.방송국을 보여주고 사장 자택에서 맛있는 한국 음식을 차려 주는 등 이국 땅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전 8시 충남 조치원 공장을 출발해 오후 5시까지 공장 직원 3명의 안내로 남산 서울타워.KBS.63빌딩 등을 둘러보았다.

지난달 카자흐스탄에서 온 텐 드미트리(22)와 베트남 국적 킴 도이(23.여)는 "케이블카는 난생 처음 타 본다" 며 환호성을 질렀다.

오후 6시부터 시작한 저녁식사는 더욱 즐거웠다.

가정의 달(5월)을 맞아 강덕영(姜德永.53)사장은 서울 논현동 자택에 이들을 초대해 불고기 등 부인과 함께 만든 한국 음식을 대접했다.

근로자들은 음식을 들면서 고국의 부모.형제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姜사장은 "우리 회사는 멀리서 온 여러분을 한국인 직원과 똑같이 대접하니 우리를 믿고 열심히 일해 달라" 고 당부했다.

그는 "1년에 두차례 이런 모임을 가질테니 여러분도 고국에 돌아가 한국을 잘 선전해 달라" 고 덧붙였다.

1996년 12월 베트남.중국 교포 등 외국인 연수 근로자 12명이 처음 왔을 때만 해도 한국인 근로자 사이엔 게으르고 일을 잘 못한다는 등의 불만이 있었다.

姜사장은 한달에 한차례씩 내국인 직원 1백50여명을 모아 놓고 "저들도 우리와 똑같다" 고 강조했다.

이같은 노력이 계속되면서 직원들은 외국인 근로자와 목욕과 쇼핑을 같이 하는 등 거리를 좁혔다.

姜사장은 "제품을 외국에 파는 것은 한국의 얼을 파는 일인데 해당 국가의 근로자를 홀대하면서 수출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수당도 제대로 지급해 다른 사업장보다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회사에서 3년 동안 일하다 지난해 말 귀국한 베트남 출신 친티오안 응아(36.여)는 귀국 직전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사장님이 직접 만들어주신 음식과 동료 한국인 직원들의 따뜻한 사랑이었습니다. 한국을 잊지 못할거예요" 라는 편지를 한글로 남겼다.

이 일은 베트남 현지에서도 화제가 돼 지난달 10일자 베트남 국영 일간지 라오동(노동신문)에 '고마운 한국기업' 에 대한 특집 기사로 소개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 회사의 미담을 보고받고 "외국인 근로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라" 고 지난달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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