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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가 꼽은 역사 속 유능한 어머니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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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조각상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어머니 올림피아

알렉산드로스 대왕(기원전 356∼323년)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복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의 어머니 올림피아 역시 정열적인 사람이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어려서부터 아들에게 들려주었다. 트로이 전쟁 때 활약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년 알렉산드로스는 자기도 이런 영웅들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듯하다. 마케도니아의 왕이 되는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는 마음이 싹트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알렉산드로스는 ‘마마보이’라 여겨질 정도로 어머니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아버지 필리포스 2세가 올림피아와 이혼한 뒤 다른 여자와 새 결혼식을 올리던 날, 한바탕 분란을 일으킨 뒤 ‘가출’하기도 했다. 또 오리엔트 원정에 출진한 뒤에는 어머니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정치나 군사 문제에 대한 조언까지 들었다. 전쟁에 이길 때마다 전리품 가운데 가장 값진 것을 어머니에게 보낸 것도 물론이다.

그라쿠스 형제의 어머니 코르넬리아 

 로마의 개혁 정치가 그라쿠스 형제(티베리우스 그라쿠스, 가이우스 그라쿠스)의 어머니 코르넬리아는 제2차 포에니 전쟁의 영웅인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딸이다. 코르넬리아는 당시 로마 교양인의 자격으로 통했던 그리스어에 능통한 지식인이기도 했다. 기원전 154년 남편을 여읜 뒤에도 재혼을 하지 않고 자녀 교육에 전념했다.

코르넬리아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 어느 날 코르넬리아의 집에 로마의 내로라하는 귀부인들이 모여 각자 자기네 집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보석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들 다이아몬드니, 금팔찌니 자랑이 한창이었을 때, 코르넬리아는 그라쿠스 형제를 데리고 와서 “얘들이 바로 나의 보석”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홀어머니 밑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 아들들에게 긍지와 자신감을 심어준 현장이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어머니 아우렐리아

 고대 로마에서 ‘어머니의 귀감’으로 불렸던 아우렐리아는 ‘제왕절개’의 당사자다. 기원전 100년 복벽(腹壁)수술을 통해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낳았다. 몸이 약해 자연분만을 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시작이 특별했던 것 이상으로 아우렐리아는 엄마 역할을 특별하게 해냈다. 독서가 취미였던 아우렐리아는 아들 역시 독서광으로 키웠다. 카이사르의 독서량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 키케로가 놀랄 정도였다. 또 오후에는 반드시 운동을 하도록 했다. 홀쭉한 몸집의 카이사르가 훗날 전쟁터의 혹독한 환경을 견뎌낼 수 있을 만큼 체력을 기를 수 있었던 것도 아우렐리아의 교육 덕이었다. 카이사르는 열다섯이 되던 해 아버지를 잃었다. 아우렐리아는 재혼을 장려하는 로마의 풍습을 거부하고 평생 카이사르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카이사르는 어머니에게 고도의 정치적인 상담까지 받았다 한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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