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BI, LG상사 미주법인 압수수색

중앙일보

입력

LG상사 미주법인이 불법 선거자금 모금 혐의로 기소된 재미교포 데이비드 장(58)씨의 금융거래와 관련해 미 연방수사국(FBI)과 세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LG상사 미주법인이 소재한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서 발행되는 '버겐 레코드'지에 따르면 FBI와 세관 요원들이 지난 2일 정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LG상사 미주법인 본부 건물에서 수시간여에 걸친 수색을 벌였으며 장씨와 관련된 금융관련 서류를 압수했다.

LG상사측은 미 수사요원들이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LG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LG의 이름이 거론돼 자료를 요청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LG상사측은 또 FBI가 구체적인 수사내용에 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 93∼94년에 장씨가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북한에 쌀을 수출하고 철강을 수입하는 구상무역을 하는 과정에서 장씨와 금융거래를 한 부분이 조사대상이 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고 밝혔다.

버겐 레코드지는 법원에 제출된 수사서류에는 LG상사 미주법인이 장씨가 운영하는 허드슨 테라스 매니지먼트 리얼티와 브라이트 앤드 브라이트 등에 모두 5천100만달러 상당의 저당권을 설정하는 등의 금융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고 밝히고 FBI는 장씨가 연방 선거자금법을 피하기 위해 허드슨 테라스 등을 이용했지는 여부와 외국인이 제공한 선거자금이 미 정치인에게 흘러들어갔는지 여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동훈(申東勳) LG상사 미주법인 법인장은 LG측이 장씨를 통해 북한측으로부터 받기로 한 철강이 계획되로 수입되지 않아 저당권을 설정한 것일 뿐 불법 선거자금 모금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장씨는 지난 96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로버트 토리첼리 의원(민주.뉴저지)에게 불법으로 선거자금을 기부한 혐의로 FBI의 조사를 받아왔으며 위증교사와 수사방해 등의 혐의도 받고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대통령에게도 선거자금을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진 장씨는 작년 8월 대한생명 인수를 시도한 '파나콤'의 중개인으로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자금 모금책인 테레스 맥콜리페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