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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강세 타고 농산물 펀드 ‘알찬’ 수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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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농산물 펀드가 선방하고 있다. 최근 급등락 시장에서 주식형 펀드가 힘을 못 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농산물 펀드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0.08%다. 같은 기간 코스피(-9.44%)와 국내 주식형 펀드(-11.68%)와 비교가 안 된다. ‘산은짐로저스애그리인덱스’ 펀드는 연초 이후 7.32% 수익률을 올렸고,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 펀드도 같은 기간 5.0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성과가 좋은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도 유입되고 있다. 미래에셋맵스TIGER농산물선물 ETF(253억원)와 산은짐로저스애그리인덱스(144억원) 등 총 317억원의 돈이 농산물 펀드로 흘러들어왔다.

 농산물 펀드는 올 초부터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강세를 이어왔다. 중국 등 신흥시장의 농산물 수요가 늘어나고 바이오 에너지 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농산물 가격이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의 기후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며 농산물 펀드의 수익률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옥수수와 대두 가격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 세계 최대 옥수수와 콩 수출국인 미국 중동부 지역의 건조한 기후로 생산량이 준 탓이다. 미 농무부는 “평년보다 유난히 높은 기온에 7월 강우량이 평균 이하를 기록했다”며 지난달 옥수수 생산 예상치를 당초 135억 부셸에서 125억 부셸로 낮췄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옥수수 선물 가격은 최근 한 달간 7%가량 올랐다. 미국 텍사스의 기록적인 가뭄으로 면화 공급도 부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기상기구(WMO)가 라니냐 재개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농산물 가격의 추가 상승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달 초 WMO는 최근 관측 결과 라니냐 현상 발생 확률이 25%에서 50%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최근 태국에 비가 많이 내려 고무 가격이 폭등하고 남미의 가뭄으로 옥수수와 대두 가격이 오른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기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해소를 위해 각국이 돈줄을 다시 풀면 농산물 가격이 또 들썩일 수도 있다. 늘어난 유동성이 실물 투자 등으로 몰리면 농산물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예상이다. 박소연 연구원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혼란스러운 금융시장을 돈으로 다스리겠다고 판단하면 상품 가격은 다시 원군을 만나는 셈”이라며 “이달 초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발표에 따르면 대두 등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 등이 이어지면 곡물시장에 찬바람이 불어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헤지펀드 하베스트캐피털스트래티지스의 켈리 위스브록 매니저는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펀드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는 만큼 유로존 부채위기가 글로벌 곡물시장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서서히 나온다”고 말했다.

 농산물 펀드는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변동으로 인한 수익률 차이가 커 투자할 때는 시장의 흐름을 잘 챙겨야 한다. 펀드마다 농산물 관련 기업이나 관련 선물지수 등에 투자하거나 농산물에 직접 투자하는 등 성격도 제각각이다. 농산물별 투자 비중도 달라 적절한 펀드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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