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바이러스 용의자 3명 구금

중앙일보

입력

러브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가 세계적으로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필리핀 수사당국은 8일 바이러스 유포용의자 3명을 긴급 체포하고 관련 증거물에 대한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필리핀 국가수사국(NBI)은 `I LOVE YOU''라는 제목의 인터넷 메일로 발송되는 러브 바이러스 유포 사건과 관련해 레오멜 라모네스(27)와 이레네 데 구스만(25) 부부, 그리고 부인 구스만의 여동생 호셀린 등 3명을 체포했다.

이들 용의자에 대한 구금은 NBI와 미 연방수사국(FBI), 인터폴(국제경찰) 요원들이 마닐라에 소재한 라모네스의 아파트를 급습, 컴퓨터와 디스켓, 전화기 등 증거물을 압류한데 이어 취해진 것이다.

페데리코 오피니온 NBI 국장은 범죄에 사용됐을 수도 있는 물품을 압류했기 때문에 이들을 구금했다고 밝혔으나 "제3의 관련자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해 다른 인물들도 용의선상에 올라있음을 시사했다.

라모네스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지만 이웃들은 그가 아파트 안에서만 주로 생활하는 조용한 사람이었으며 러브 바이러스를 유포한 범인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지 라디오 방송은 라모네스가 협의를 완강히 부인했다고 보도했으며 수사관들은 그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NBI와 FBI 요원들은 컴퓨터 잡지와 디스켓 이외에 4대의 전화기가 압수됐다고 밝혔는데 필리핀의 일반 가정에 4대의 전화기가 설치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라모네스의 친지들은 러브 바이러스를 유포한 진범은 AMA 컴퓨터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라모네스의 집에서 아기를 돌보고 있었던 호셀린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피니온 국장은 "신원을 밝힐 수 없는 제보자로부터 정보를 받았다"면서 라모네스 일가족 3명이 모두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필리핀 언론은 용의자가 마닐라내 판다칸 지역에 사는 23세의 남성이라고 보도했으나 NBI 관계자들은 이날 급습에 앞서 용의자가 여성이라고 말했었다.

한편 미국은 이날 체포된 러브 바이러스 용의자 3명을 미국으로 인도해 줄 것을 필리핀 정부에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FBI의 마이클 바티스 국가기간산업보호센터(NIPC) 국장이 밝혔다.

바티스 국장은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아직은 시기가 이르지만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진범임이 확실시될 경우 미국이 수사의 주도권을 쥐기를 희망하고 있음을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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