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현대차 `월드카' 파문 경위 파악 골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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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다임러크라이슬러, 미쓰비시 등과 `월드카'를 공동 개발.생산한다고 발표한 것과는 달리 다임러.미쓰비시 등이 이를 부인한데 대해 산업자원부가 경위 파악에 골몰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8일 "자세한 내용은 좀 더 알아봐야 겠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는 `비밀유지 합의'가 파기된데 따른 혼선으로 여겨진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밝혔다.

외국기업과 주요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는 필요에 의해 `비밀유지 합의(Non-Disclosure Agreement)'를 조건으로 협상을 마무리 해 놓고 적절한 시점에 당사자들 이동시에 이를 발표하는 것이 관례라는 것이 산자부의 설명이다.

특히 기업간 인수.합병(M&A)의 경우 최종 발표때까지 협상과정에서는 당사자간에 철저히 보안이 유지되며 만일 언론에 협상사실이 흘러나가면 그 순간 모든 협상은 백지화되는 것이 관례다.

이는 협상진행 사실이 증시에 공개되면서 해당기업들의 주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며 이를 막기 위해 협상당사자들이 적절한 때가 됐다고 판단,동시 발표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친다는 것이다.

이번 현대자동차의 `월드카' 파문의 경우 상식적으로 볼 때 전혀 협의도 없었던 것을 현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며 다만 최고위층간에 `합의'에 준하는 수준으로 의견조율이 이뤄졌으나 `비밀유지' 원칙이 파기돼 일부 당사자가 합의사실을 부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산자부의 시각이다.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는 주요 프로젝트를 먼저 발표해 놓고 뒤이어 이사회와 주총의 승인을 받는 것이 용인되지만 외국기업의 경우 이사회 승인없이 이를 먼저 발표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이사회 통과마저 어렵게 만드는`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때문에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월드카' 프로젝트 합의를 부인하는 것은 이사회 승인 등 내부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의 경우 `미쓰비시가 먼저 흘렸다'는 식으로 자의적으로 해석, `비밀유지 합의' 파기의 책임을 미쓰비시에 돌리면서 서둘러 발표해 버린 것으로 추측된다는 것이 산자부의 판단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미쓰비시나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내부조율이 끝날 때까지 `프로젝트' 자체가 생명력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현대의 섣부른 발표로 흐지부지 되는지 여부다.

월드카 프로젝트는 현대는 물론이고 다임러크라이슬러, 미쓰비시 모두에게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현대의 일방적 발표에 따른 혼선에도 불구,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될 것으로 산자부는 분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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