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하나의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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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포위 (Besieged)〉가 영화의 내용과 성격을 더 잘 말해준다.

육체적 구속이 아니다. 여주인공의 내면적, 감정적 딜레머를 뜻한다. 〈마지막 황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등을 연출한 이탈리아 영화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멜로 드라마. 영상이 깔끔하고 아름답다.

등장인물의 대화를 가급적 절제하고 사건이 벌어지는 현장이나 꿈, 상징 등을 플래시백 기법 등을 적절히 섞어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이야기 해석의 폭을 상당히 열어놓고 있다.

이것도 감상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이다. 육감적 이미지의 나선형 계단과 조각품 등을 통해 남녀 주인공의 내면에 타오르는 열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아프리카의 군사독재 국가를 탈출, 이탈리아에서 의학을 공부하는 샨두레이(탠디 뉴턴)는 민주화 투쟁을 벌이다 수감된 남편의 석방을 간절히 바라는 외로운 여인이다.

그녀가 주거 공간을 얻는 대가로 집안일을 돌봐주는 그 집의 주인 미스터 킨스키(데이빗 툴리스)역시 여인의 손길을 갈구하는 고독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이다. 사랑 이야기가 너무도 뻔히 보이는 설정이다.

그러나 베르톨루치 감독은 관객들의 예상을 깨고 나선형 계단처럼 한 단계 한 단계 상승하는 열정과 감정의 교차를 담는 쪽을 택했다.

샨두레이와 킨스키가 한 침대에 누워 있고, 집 밖에는 석방된 샨두레이의 남편이 벨을 누르고 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금방이라도 돌아설 듯한 남편의 발길,

그리고 만감이 교차하는 샨두레이의 눈빛. 감독은 이 마지막 장면까지도 해석을 관객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1998년작. 13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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