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컴퓨터 바이러스 전세계 강타

중앙일보

입력

e-메일을 통해 전파되는 신종 컴퓨터 바이러스 `러브'가 4일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 전세계를 강타했다.

`당신을 사랑해(I LOVE YOU)'라는 인사말과 함께 시작되는 e-메일을 통해 확산되는 이 바이러스로 인해 영국과 덴마크 의회, 미국의 의회,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 연방수사국(FBI) 등 주요 국가기관은 물론 AT&T, 포드 등 대기업과 금융.언론기관의 컴퓨터 시스템이 큰 피해를 입었다.

피해규모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미국에서만 1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러브' 바이러스가 미국에서만 97만대의 컴퓨터에 피해를 주었으며 유럽 16만7천여대, 남미 2만2천대, 아시아 1만2천대, 아프리카 1만7천대, 호주7천600대 등 전세계적으로 127만대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러브' 바이러스는 특히 지난해 전세계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멜리사' 바이러스처럼 e-메일을 통해 확산되고 있지만 침투한 컴퓨터 내의 사용자 주소록을 스스로 검색, 새로운 e-메일을 생성, 송고함으로써 자체적으로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홍콩에서 첫 발견된지 1시간만에 12만대의 컴퓨터를 공격할 정도로 급속한 침투력을 과시하고 있는 이 바이러스가 아시아, 특히 필리핀 마닐라에서 유포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e-메일을 범람시켜 컴퓨터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물론 각종 문서나 그래픽, 영상및 음악 저장 파일을 파괴시키고 심지어 컴퓨터 작동을 멈추게 한다.

`러브' 바이러스 피해가 확산되자 FBI는 `국가기간산업보호센터'를 동원, 수사에 착수했으며 바이러스 백신 업체들은 웨사이트를 통해 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 공급에 나섰고, 각국 정부는 바이러스 감염 피해를 막기 위해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당신을 사랑해`라는 제목이 붙은 e-메일을 열지 말 것을 촉구했다.

백악관의 조 록하트 대변인도 "하원과 상원 컴퓨터시스템이 잠시 다운된 것으로안다"면서 그러나 사이버 보안요원들이 신속 대처해 백악관 업무에는 실질적인 피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의회 관계자들도 상.하원의 컴퓨터 시스템에 e-메일이 쇄도했다고 말했으며 국방부 대변인은 "부대 많은 곳에서 바이러스 감염보고가 있었다"고 말했으며, 국무부의 경우 바이러스 감염때문에 인너넷 접속이 불가능했고, 업체들도 e-메일시스템을 작동시키지 못하는 피해를 보았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노무라증권 홍콩사무실과 런던사무실, 미국 다우존스외이어 홍콩지사,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등의 컴퓨터에 큰 피해가 났고, 유럽에서도 유럽의회, 스위스 정부 및 업계, 덴마크 의회와 환경.에너지부, 덴마크 최대 통신회사인 `텔레 덴마크',TV2 채널 등의 컴퓨터 시스템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영국에선 바이러스 출현으로 하원 통신 시스템이 일시 폐쇄됐으며 영국 업체의 e-메일 시스템 가운데 30% 정도가 마비된 것으로 집계됐다.
(워싱턴.런던 AP.AFP.d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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