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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서 약탈한 보물놓고 中·대만 '경매전쟁'

중앙일보

입력

홍콩에서 중국.대만간 보물쟁탈전이 한창이다.

1860년 영불 연합군이 베이징(北京) 위안밍위안(圓明園)에서 탈취해갔던 십이지상을 되찾기 위한 싸움이다.

크리스티와 소더비측은 중국 정부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지난달 30일 '중국보물 경매전' 을 열었다. 십이지상 가운데 원숭이.소 청동상이 먼저 경매에 올랐다.

호텔 밖에서는 '약탈물 경매를 중단하라' 는 피켓을 든 중국인들이 시위를 벌이고, 중국 중앙방송(CCTV)은 이를 생중계했다.

경매시작 전까지 대만 수집상이 물건을 손에 넣을 것이란 관측이 강했다.

국보수집은 '대만의 국책사업' 이다. 대만 수집상 뒤에 늘 '엄청난 돈' 이 따라붙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경매시작 직전 갑자기 푸른 '당의(唐衣)' 를 입은 중국인 10여명이 경매장으로 몰려들면서 분위기는 일변했다.

귀에 무선용 이어폰을 끼거나 무전기.휴대폰을 든 이들의 신원은 바오리(保利)집단의 직원이었다. 바오리 집단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직영하는 기업으로 총참모부의 명령만 받는다. 결국 해방군이 국보쟁탈전에 나섰다는 얘기다.

원숭이 청동상은 2백만 홍콩달러(약 3억원)에서 호가가 시작됐다. 예상낙찰가는 3백80만~4백50만 홍콩달러.

그러나 경매시작과 동시에 여기저기 흩어져 앉은 바오리 집단 직원들이 앞다퉈 경매가를 올려댔고 불과 1분도 못돼 7백40만달러에 바오리 집단으로 낙찰됐다.

대만 수집상들이 의견을 모아볼 틈도 없었다. 소 청동상도 7백만 홍콩달러에 바오리 집단 손으로 들어갔다.

소더비 역시 중국의 국보인 호랑이 청동상과 1743년 청조 건륭제 때 빚어진 육각채색호리병을 2일 경매에 부쳤다. 바오리 집단은 이번에도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쑤하오(易蘇昊)고문은 "우리라고 돈이 무한정 있는 것은 아니다. 동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며 자본을 보내줄 것을 호소했다. '국보 되찾기 십자군운동' 을 제창한 셈이다.

만일 바오리 집단이 호랑이 청동상까지 차지한다면 12마리 동물 가운데 원숭이.소.호랑이는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나머지 9마리 중 말은 대만 수집상이, 돼지는 동남아에 거주하는 화교가, 쥐와 토끼는 프랑스 수집상이 소장 중이고 양.용.개.닭.뱀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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