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지식경영' 큰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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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매장 입지 고르는 법. 도로를 기준으로 동쪽보다 서쪽이 좋다. 우선 햇빛이 오래 머문다.

또 직장인들은 보통 해가 지는 퇴근길에 옷을 사기 때문에 서쪽 매장이 유리하다' . (EL인터내셔널 시장조사팀 정대성 주임의 노하우)

바쁜 일상 업무에 묻어 두기 쉬운 경험을 모아 축적.공유하는 중견 패션그룹 이랜드의 '지식경영' 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해 10월부터 사내에서 운영해 온 '이랜드 지식 몰' (KMS)의 성과가 최근 밖에 알려지자 운영 방법을 알려 달라는 문의가 많다.

◇ 관심 끄는 지식경영〓그동안 대림산업.삼성SDS.한솔그룹.동원산업.광주은행 같은 대기업.금융기관과 기획예산처.경찰청.신용보증기금.한국지역난방공사.수자원공사 등 관공서에서 지식평가 방법과 지식몰 운영방법 등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다.

지난달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학생들이 담당 교수의 인솔로 회사를 견학했다.

이에 고무된 이랜드는 시스템 솔류션을 돈받고 파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MS 시스템은 임직원들이 업무를 보면서 체득한 크고 작은 정보를 지식 몰(사내 정보 교류 데이터 베이스)에 수시로 입력하고 이를 관련 부서나 후임자가 참고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 여섯달동안 1천7백여명의 그룹 종업원들이 모두 5천여건을 보내왔다.

◇ 운영 방법〓아무 지식이나 채택하지 않는다. 지식의 품질을 철저히 따진다.

지식경영 담당 임원(CKO.장광준 상무)을 필두로 각 분야의 사내 전문가들이 아이템을 심사해 60점 이상인 것만 데이터 베이스에 오른다.

전체 제안 건수의 3분의 1인 1천6백여건만 지식 몰에 '입점' 하는 행운을 누렸다.

한번 오른 '상품' 이라도 유행에 뒤처지거나 다른 직원들이 잘 찾지 않으면 중도하차시킨다.

張상무는 "자기 직무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스스로 찾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했고 개인에게 지식의 성과를 수시로 검증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 말했다.

지식 몰에 들어온 내용의 양과 질에 따라 개인별 점수를 매겨 최고 A에서 F까지 6단계로 평가하며 인사 고과와 승진 심사에 반영한다.

㈜이랜드의 김모 대리는 "책상 위 단말기를 켤 때마다 지식 점수가 F라서 신경이 쓰인다" 면서 "상반기 중 반드시 C등급으로 올리겠다" 고 말했다.

◇ 무형자산도 돈〓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은 "지식이 곧 돈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현장에서 깨우치는 것이 바로 우리 지식경영의 요체" 라고 설명했다.

이랜드는 지난 3월 자사기업의 무형자산을 측정한 지식자산표를 국내에서 처음 작성해 발표했다.

그 결과 업무지식 축적 등 무형자산이 자본.부동산 등 유형자산의 3배(5천2백여억원)에 이른 것으로 평가됐다.

또 핵심 인력인 디자이너의 성과를 측정한 결과 최상위 37억원에서부터 최하위 8백만원까지 큰 차이가 났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이랜드 그룹은 청소년 대상 캐주얼 브랜드를 국내에서 처음 선보였고 1990년대 중반 이후 백화점.외식업.호텔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이랜드.2001아울렛.리틀브렌.EL인터내셔널 등 8개 관계사에서 지난해 8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문의 02-338-0506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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