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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 ‘사계절 모기’ … 강남구 묘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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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서울 강남구보건소 전염병관리팀원 6명은 매일 2인 1조로 나눠 아파트 등 건물에 설치된 정화조 안을 살핀다. 모기의 유충인 장구벌레가 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요즘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지만 강남구가 하고 있는 ‘모기와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지구온난화와 난방설비의 발달로 도시의 모기는 사계절 내내 산다. 건물에 딸린 정화조는 모기가 알을 낳고 알에서 나온 유충인 장구벌레가 살기 좋은 최적의 장소다. 강남구에만 이런 정화조가 2만3000여 개나 있다. 전염병관리팀은 장구벌레를 발견하면 살충제 대신 은행잎이 가득 든 그물망을 던져 넣는다. 은행잎에 포함된 ‘프라보노이드(Ginkgo-flavon glycosides)’와 ‘터페노이드(Ginkgolides and bilogalides)’ 등의 성분이 살충·살균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은행나무 주변에 모기나 매미 등 벌레가 꼬이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 했다. 장순식 강남구보건소 전염병관리팀장은 “은행잎을 넣고 하루 뒤 정화조를 열어 보면 모기 유충들이 다 죽어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가 자체적인 모기 퇴치법을 개발한 것은 바로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다. 김선찬 강남구보건소 보건과장은 “모기 관련 민원이 한 해 평균 3000여 건 접수된다”고 말했다. 2008년 맹정주 당시 강남구청장이 “모기 없는 강남”을 선언했을 정도다. 하지만 살충제를 아무리 뿌려도 그때뿐이었다. 게다가 화학살충제는 환경도 오염시키고 인체에도 유해하다. 일부 주민은 “살충제 냄새가 독하다”고 민원을 냈다.

 강남구는 2009년 11월 전담부서를 설치해 친환경 모기 퇴치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장순식 팀장을 비롯한 팀원 6명이 모기에 물려 가며 연구를 거듭했다. 지난해 1월 초음파를 사용해 모기의 산란을 방해하는 방법을 고안했고, 지난해 4월엔 고온·고압 스팀분무기를 사용해 모기 유충을 죽이는 방법도 개발했다.

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것은 지난달 말 개발한 은행잎 퇴치법이었다.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에서 은행잎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 다. 강남구는 최근에는 공원과 산책로에 라벤더나 로즈제라늄 등 방충식물을 심고 있다. 이들 식물은 한 포기만 있어도 16.5㎡ 내 모기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 장 팀장은 “모기의 번식력을 감안하면 정화조의 장구벌레 유충 한 마리를 제거하는 것이 모기 성충 수천, 수만 마리를 잡는 효과가 있다”며 “효과적인 모기 퇴치법을 계속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사계절 모기=계절과 무관하게 사는 모기. 겨울에도 활동해 월동(越冬) 모기라고도 불린다. 여름철에는 야외에서 생활하지만 찬바람이 불면 따뜻한 건물로 옮겨 다니며 생존한다. 정화조나 물탱크 등에서 대량 번식한다. 한 번에 50∼150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몇 마리만 남아 있어도 계속 번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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