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마무리 투수 부재 속앓이 팀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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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가 마무리 투수 놀음이 됐다.

진필중과 임창용을 갖고 있는 두산과 삼성을 뺀 나머지 팀들은 한결같이 마무리투수가 불안해 다 잡은 경기를 놓치거나 막판까지 어려운 경기를 해나가고 있다.

90년 우승 이후 하위권을 맴돌다 획기적인 전력 증강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고 있는 LG가 대표적 사례.

지난해까지 노장 김용수 몫이던 마무리 투수를 올해부터 장문석에게 맡겼지만 마무리를 할 때보다 실패할 때가 더 많다.

매직리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런 마무리 불안이 계속된다면 선두 고수는 물론 플레이오프에 진출해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24일 해태와의 경기에서도 마무리 투수로 나선 장문석이 무려 3점씩 내주는 통에 2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이광은감독은 최근 1군에 합류한 에이스 최향남을 마무리 투수로 돌리는 방안을검토하고 있을만큼 LG의 마무리 고민은 크다.

한화는 작년 우승을 이끌었던 선발투수 3인방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유일한 보루인 마무리 구대성마저 믿을 수 없어 우환이 겹쳤다.

25일 SK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지키러 나온 구대성은 동점홈런과 역전홈런을 차례로 얻어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21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8-1로 크게 이기고 있던 9회에 등판, 만루홈런을 얻어맞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막강 화력을 앞세워 순항중인 현대 역시 고질적 취약점인 마무리 투수의 부재현상에 속앓이가 계속되고 있다.

작년 선발투수 김수경을 마무리로 돌렸다가 실패한 뒤 올해도 선발 요원인 위재영을 발탁했지만 초보 마무리 티가 가시지 않았다.

강상수를 내세우고 있는 롯데와 곽채진을 기용하고 있는 해태도 산뜻하게 경기를 마무리짓는 경우가 흔치 않아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는데 한계를 느끼기는 마찬가지.

이승호라는 걸출한 마무리 투수 재목을 확보한 SK는 공교롭게도 총체적인 부실전력으로 마무리 투수의 활용도가 떨어져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 판도는 타격과 선발투수 뿐 아니라 마무리 투수에 따라 크게좌우될 전망이다.(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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