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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곽 교육감, 학생들 앞에서 과연 떳떳한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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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호 02면

검찰이 5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을 소환한다. 피의자 신분이다. 좌파진영은 소환을 앞두고 ‘곽노현 구하기’에 여념이 없다. 교육감 자리를 지키다 유죄가 확정되면 곽 교육감은 국가로부터 돌려받은 선거자금 35억원을 반납해야 한다. 좌파 진영에선 그런 상황이 오면 모금을 해 돈을 마련해 주자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참으로 대담한 발상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도 슬그머니 말을 바꿔 곽 교육감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이제 교육감 자리는 좌파와 민주당이 정치공학상 꼭 지켜야 할 고지(高地)가 된 것만 같다.

그 와중에 영문도 모른 채 멍드는 건 학생들이다. 곽 교육감은 입만 열면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외쳐 왔다. 전임자들의 정책은 반교육적이고, 비인간적이며, 학생 인권 유린이라는 인상을 주는 발언을 거침없이 해왔다. 그런 곽 교육감 측이 경쟁 후보에게 수억원의 돈을 건넸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학생들이 받는 충격은 작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걸 ‘선의’로 줬을 뿐이고 떳떳하다는 주장을 보면서는 더 혼란스러울 것이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곽 교육감은 물론 그를 전폭 지지한 전교조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학생들에게 더 이상 ‘진보=청렴’의 등식을 내세우지도 못할 것이다. 곽 교육감이 끝까지 잘못을 부인하는 것도 그래서인지 모른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이미 껍데기뿐인 교육수장이다. 자신은 피의자로 소환되고, 부인도 조사받고, 집은 압수수색을 당하는 판에 정상 업무를 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거창하게 내세운 교육개혁은커녕 서울시교육청의 통상적인 교육행정도 마비될 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교육자의 양심에 비춰보더라도 사퇴하는 게 상식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라면 이처럼 저급한 금품 매수 의혹이 제기된 자체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런데도 곽 교육감이 교육자라기보다는 정치인의 행태를 보이는 것은 유감이다.

간혹 좌파적 주장을 하면 ‘양심 인증서’를 받은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착각은 쉽사리 ‘나는 선이고, 경쟁자는 악’이라는 뒤틀린 확신으로 이어진다. 이번 경우도 그렇다. 만일 우파 후보들 간에 이런 ‘거래’가 이뤄졌다면 좌파가 그걸 ‘선의’라고 넘어갈 리 만무하다. 자신과 남에게 서로 다른 이중잣대를 대는 것, 그게 바로 ‘위선’이다.

곽 교육감의 사법처리 여부와는 별개로 교육감 선출 방식은 근본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개인 돈이 많이 들어가는 선거는 곤란하다. 제2의 공정택, 또 다른 곽노현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후보 단일화를 조건으로 ‘권리금’과 ‘보상금’을 주고받는 게 관행이 될 위험이 있다. 교육감을 지방자치단체장과 러닝메이트로 나오게 하든지, 임명제로 하자는 등 여러 제안이 나오고 있다. 이를 그냥 흘려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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