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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받는 존재들의 내면을 그리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34호 06면

흔적만으로도 존재를 표현할 수 있을까?
금방이라도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 같은 초라한 간이침대는 그곳에서 지난밤을 뒤척였을 누군가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조심스럽게 포개진 담요는 그가 단순한 야영객이 아니라 반드시 이 자리에 돌아올 노숙자임을 주장한다.

팀 아이텔 개인전 더 플레이스홀더스, 9월 2일~10월 23일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문의 02-740-1524

배경과 움직임, 변화가 제거된 인물은 그 존재를 무엇으로 드러낼 수 있을까? 직장과 집을 가진 사람들에게 노숙자란 어둠 속에 반쯤 가려진 무심한 풍경의 일부일 뿐이다. 개성이 거세된 인물, 그 익명의 공기를 담아 현대인의 우울함과 공허함을 표현하는 팀 아이텔. 낯선 여행자, 낙담한 노동자, 방황하는 노숙자…. 우리가 보고도 보지 못한 척 외면하는, 우리가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의 존재감이 그들의 흔적으로써 반전돼 다가온다. 모호한 배경 속에 표정과 동작이 배제된 채 담담하게 등장하는 인물들은 평범하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외면받는 존재들의 내면을 내포한다. 캔버스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그들의 내면은 ‘나’의 이야기인 동시에 내가 아는 ‘누군가’의 이야기로 감정적 연대를 형성한다. 소외와 고독, 허무감으로 뒤덮인 결코 아름답지 않은 풍경이지만, 우리의 삶을 가감 없이 직시하는 풍경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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