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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아를 위한 애니메이션 〈엑셀사가〉

중앙일보

입력

애니메이션의 악당들이 대부분 외치는 구호가 있다. 바로 '세계정복'이라는 단어이다. 먼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나 매드 사이언티스트든, 해저나 지저인간들이든 간에 그들은 지구를 자기들의 지배하에 두고 싶어한다. 하지만 실제로 세계를 점령하였다면 그 다음에 할 일이 세계를 정복하기 보다 더 힘들 수가 있다. 약 200개 가까이 되는 나라들의 제도나 기관 등을 통합 정비해야 하고, 전쟁에서 공적을 세워준 병사들에게는 그에 걸맞는 상을 줘야되면서 실질적인 행정을 할 수 있는 인재들도 등용해야 한다.

'엉터리 실험애니메이션'이라는 부칭이 붙는 〈엑셀사가〉에 나오는 이상추진기관 '아크라스'는 '세계정복'에 대한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방식으로 추진를 하려고 하고 있다.

목표는 '시가지 정복'

"세계는 썩어있다!(어떻게 썩었는지는 설명이 없음)"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을 바로 잡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갑자기 세계를 통치하면 우매한 일반인들은 따라오지 못한다."
"그래서 먼저 하나의 나라를! 그러나 소란을 방지하지 하기 위하여∼'"
"무리 없는 세계정복으로의 제일보! 우리들의 목표는 '시가지 정복'이다."

이것이 모국 모도시(정확히 말하면 일본 후쿠오카시) 지하의 비밀조직 '아크라스'의 총수 이루파라쵸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의 밑에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오로지 이루파라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일하는 사고뭉치 '엑셀'과 몸이 부실해 걸핏하면 생사를 넘나드는 상태에 놓여있는 '하이아토' 그리고 엑셀이 주워와서 비상식량으로 키우고 있는 개 '멘치'가 조직의 전부이다.(하지만 멘치가 엑셀보다 조직에서 직급이 높다.)

그리고 이들에게 대항하는 정의(?)의 조직 역시 황당해서 관계(官界)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드사이언티스트 같은 가바푸박사가 거의 개인적인 취향으로 만든 '시가지안전보장국'에서 공무원시험을 거쳐 선발된 4명 지방공무원초특수기술직(몇 급일까?)이 '아크라스'와 맞서 싸운다는 스토리이지만...제대로 전투를 벌여 호쾌한 액션씬은 벌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기본은 '코믹',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황당'이라는 단어로 밖에 표현될 수 없는 '코믹애니메이션'이다. 기본적으로는 원작만화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가긴 하지만 원작자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제작진이 멋대로 이야기를 수정, 각화마다 주제장르가 바뀌어진다.(이 애니메이션은 동경지역에서만 방영이 되기 때문에 원작자가 살고있는 후쿠오카에서는 시청할 수가 없다.)

어떤 때는 'B급액션' 어떤 때는 '열혈스포츠물' 또 어떤 때는 'SF물'이 되기도 한다. [시청률 강화주간] 이라는 제목이 붙은 에피소드에서는 시청률이 떨어졌다고 '미소녀(美少女)'캐릭터만 등장, 즉 여자들만 제대로 얼굴이 나오고 남자캐릭터들은 뒷모습이나 목소리만 나오게 만든 화도 있었다.

그리고 스토리 중간중간에 끼여드는 '루팡3세'와 '스파이크'(카우보이 비밥)를 섞어놓은 듯한 캐릭터인 '나베신'이라는 캐릭터는 바로 카메오의 수준을 벗어나버린 이 애니메이션의 감독 와타나베 신이치로서 자신의 평소분위기를 그대로 애니메이션화 시켜버리는 자유로움(?)을 과시하고 있다.

심야아니메와 향토만화가 합쳐지면...

이러한 자유분방한 애니메이션제작이 가능한 이유는 물론 스탭진의 노력도 한몫을 하겠지만 이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는 새벽1시라는 시간대도 꽤 한 몫을 하고 있다. 90년도 중반부터 크게 확대되어진 '새벽시간대의 성인취향의 애니메이션 제작'은 어린이취향의 TV애니메이션의 성격을 상당히 변화시켜 좀더 제약이 적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어 매니아들로부터 주목받는 애니메이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만화가인 리쿠도우 신시는 동인지(당연히 성인취향) 작가 출신으로 실제로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들은 거의가 다 자신이 살고 있는 후쿠오카 주변에 있는 건물이나 지명에서 따온 것들로 '아크라스'의 '이루파라쵸'나 '엑셀', '하이아트'는 호텔 이름이고('하이아트'는 국내에도 있는 호텔이다) '시가지안전보장국' 직원들 이름은 신사(神社)나 빌딩이름에서 나왔을 정도로 매니아성이 짙은 작가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작품의 패러디 코믹물로 치닫는 것에 대하여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주류는 아니지만...

일반인이 보면 정신없어 할, 극히 매니아취향의 애니메이션이지만, 장기시리즈물이나 돈만 벌기위해 혈안이 된 듯한 애니메이션에 질린 분들은 이 애니메이션에 빠져도 될 듯 싶다. 그리고 나서 이 애니메이션이 마음에 든다면 인터넷에 접속하여 〈엑셀사가〉팬들이 만든 각 지역 '아크라스'지부에 들려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리쿠우도 신시 홈페이지 : http://www.interq.or.jp/kyuushu/rikud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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