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디지털 종이신문

중앙일보

입력

뉴스에 대한 인간의 강박증을 이해하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뉴스가 단절됐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미국 언론학자인 미첼 스티븐스는 명저(名著) ''뉴스의 역사'' 에서 말하고 있다.

실제로 미 사회학자인 버나드 베럴슨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인 1945년 6월 30일부터 17일간 계속된 뉴욕 신문사들의 동맹파업 당시 시민들의 반응을 조사한 일이 있다.

반응은 단지 전황 속보를 못들어서 답답하다거나 불편하다는 정도가 아니었다. ''물 밖에 나온 물고기 같다'' 고 말하는 사람에서 ''완전히 길을 잃은 것 같다'' ''세계로부터 추방돼 고립돼 있는 것 같다'' 고 토로하는 사람까지 표현만 달랐지 신문 없는 나날을 고통의 연속으로 느끼기는 다 마찬가지였다.

신문은 숨쉬게 하는 공기고,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며 사회와 연결하는 끈이라는 것이 독자들의 일반적 인식이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18세기 영국 시인이었던 조지 크래브는 기다리던 신문이 오지 않았을 때의 심정을 "정신이 굶주리는데 어찌 몸을 채우리오" 라며 입맛조차 잃었다고 표현했을까.

메소포타미아에서 인류 최초의 문자체계가 탄생한 기원전 3천년께부터 그동안 5천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과 같이 누구나 접근 가능한 형태의 신문이 등장한지는 2백년도 채 안됐다.

광고를 실어 신문값을 파격적으로 낮춘다는 프랑스 언론인 에밀 드 지라르댕의 ''획기적'' 발상전환이 성공을 거둔 게 1830년이었다. 이후 신문은 불특정 다수의 독자 누구나 손쉽고 값싸게 사볼 수 있는 대중매체로 자리잡았다.

20세기 들어 라디오와 텔레비전이라는 전파매체의 등장으로 인간의 뉴스 결핍증을 해소하는 도구로서 신문의 지위가 위협받긴 했지만 그래도 종이에 활자를 인쇄해 배포하는 기본형태는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은 전혀 새로운 차원의 도전이라고 언론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인터넷과 종이신문의 관계 및 장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지난 19일 일본의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종이신문에 디지털 정보를 특수인쇄한 멀티미디어형 신문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음성과 화상정보를 담은 인택터코드를 지면 한구석에 점의 형태로 인쇄해 넣고 이를 독자가 스캐너로 훑으면 PC를 통해 해당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신문은 이 날짜 신문의 한면에 가로 3㎝, 세로 4㎝ 크기의 인택터코드에 12개 일본 프로야구단의 홈페이지 주소와 군대행진곡을 실었다.텔레비전의 위력 앞에서도 끄떡없던 종이신문의 형태가 디지털 혁명의 충격 앞에서는 마침내 흔들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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