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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오 (PHARAOH)

중앙일보

입력

일상이 지루람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여기 새로운 세계가 게이머를 기다리고 있다. 시저 III의 뒤를 잇는 파라오는 먼 고대 이집트로의 아득한 여행이 될 것이다.

시저를 잊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파라오의 출시는 무척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파라오는 시저의 뒤를 이어 게이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게임이다.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파라오는 더 부드러워진 색상과 세밀하고 안정된 화상, 잘 조정된 건축물간의 구성으로 매력을 뿜고 있다.

친숙하지만 세세한 설명과 조언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파라오는 시저와 거의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게임의 도입부나, 세세한 설명에 친절한(?) 미션 브리핑…. 시에라의 상냥함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모든 것이 시저와 같아 보인다.

물론 인터페이스 역시 시저를 해보았던 사람이라면 바로 게임을 시작해도 전혀 어려움이 없을 정도다. 오히려 몇몇 건물의 기능을 설명하기 위한 첫 미션이 귀찮게 느껴질 정도로, 이 게임은 시저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조금씩 게임의 진행해 나감에 따라 시저와는 다른 파라오만의 특징이 드러난다.

좀 더 사실적으로 변화된 환경
파라오에는 여러 세부적인 요소로 인해 다른 건축 시뮬레이션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환경이 가지는 의미가 커졌다.

게임에서 식량의 공급은 대부분 나일강에 의존해야 한다. 물론 '수렵'으로 식량을 수급할 수도 있지만, 수렵이 가능한 미션이 정해져 있고, 수입으로 해결하기엔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 매년 8월이 되면 나일강은 범람하게 되는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은 범람한 물이 빠져나간 진창에서만 가능하다.

범람은 자연적인 기후나 신의 가호에 따라서 그 정도를 달리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부존자원이 다양하게 모습을 보인다. 수렵 명령으로 야생동물을 잡아 식량으로 삼을 수도 있고 광산의 종류도 다양해졌고, 갈대를 수집하고 파피루스를 만들어 교육시설을 가동시켜야 한다. 좀 더 해볼만한 일이 많아진 것이다.

두 번째로 기념물의 건설이 추가 되였다. 물론 시저에서도 석상과 같은 기념물은 존재했지만 파라오에서는 피라미드 등의 거대 건축물이다. 건축 과정을 지켜 볼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흥미 요소가 된다. 게이머가 지켜보는 가운데 조각되는 스핑크스!! 이것만으로도 파라오은 충분히 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새로운 건물, 새로운 직종들 역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종교시설에 대한 부분도 좀더 보강되었다. 한 도시에 다섯 가지의 종교시설을 고루 갖추어야 했던 시저와는 달리 미션에 따라 수호신과 지방신으로 구분되는 신등의 명수가 달라진다. 파라오에서는 신들이 게임에 직접적으로 관계를 하기 때문에 신의 노여움을 사면 신이 도시에 내려와 건축물을 다 부수고 가버린다. 신들의 기분을 그때 그때 확인하고 노여움을 풀어주는 것도 생존을 위해서는 해야할 일이다.

이밖에도 씨족의 개념이라든지 발전된 그래픽 등의 여러 가지 요소가 곳곳에서 게임을 흥미롭게 한다.

도시정책은 어찌할까
게임을 즐기려면 우선 인구의 조정부터 알아야 한다. 임무의 초기에는 인구가 빨리 늘어 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실업률을 8% 정도로 유지하도록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다음은 식량문제. 먹을 것에 대한 요구는 시민들의 가장 기본적이 욕구이기 때문에 농장이나 수렵소, 급수 설비는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할 시설이다. 식량을 얻는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우선 농장을 건설할 수 있고, 수렵소를 설치해서 야생동물을 잡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사막 지역이어서 수렵할 수 있는 동물은 몇 종류 되지 않는다. 그것도 불가능하다면 돈을 지불하고 수입해 오면 된다.

다양한 구조물
시저와 구별되는 점으로 작업캠프를 들 수 있는데 농장에 필요한 인력은 작업캠프에서만 공급되기 때문에 이에 유의해야 한다. 이것들이 갖추어졌다면 종교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시민들이 종교활동에서 얻는 위안은 삶의 행복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어서 종교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주거형태가 발전할 수 없다. 종교시설에는 신전, 성막, 기념물과 축제장이 있는데 인구에 비례해서 신전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처음 도시를 도안 할 때 너무 빼곡하게 설계하면 인구가 늘어나서 요구량이 많아지면 엄한 시설을 부셔야 하는 낭패에 빠진다.

새롭게 등장한 수호신의 개념이 있어서, 만약 다른 지방신과 수호신을 똑같이 대우한다면 수호신의 분노를 사게 된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삶의 질이란 것이 아주 높은 것이어서 주거지역 근처에는 반드시 가까운 시장과 음악당이나 부스 같은 문화시설이 있어야 한다. 어찌 보면 현실의 우리보다 더 괜찮은 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재 진압소와 건축사 주둔소, 치안소, 약제소 등을 갖추면 기본적인 도시 시설의 마련된 것이다. 그 후에는 광산과 의료소, 치과, 도기도 생산해 주어야 하고 법률 사무소도 있어야 한다. 여러 가지로 바쁜 게임이다.

게임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자금이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도 쓰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처음 부채가 발생하면 시저와는 다르게 씨족으로부터 지원금을 얻고, 다시 부채가 발생하면 마이너스 5000 데벤까지는 돈을 쓸 수가 있지만, 부채가 지속된다면 끝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모두 해결했다면 왕의 조공 요구나 전쟁들도 치러야하고, 마지막으로는 파라오가 되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파라오는 즐길만한 새로운, 그리고 흥미로운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아쉬운 점들도 눈에 띈다. 새로운 미션마다 새로운 기능들이 주어지고, 새로운 목표가 있지만 중반부에 들어서면 무척 지루해진다. 하나의 임무를 마치는 데에도 후반부에서는 지루함을 느낀다.

완벽한 도시 상태에서 멍하니 등급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수도 있고 인구를 늘이기 위해 빈 주거지만을 만들어 인구가 늘어나면 임무가 완료되는 경우도 있다. 긴박감이 다소 부족한 감이 있긴 하지만 심시티처럼 도시 건설이 목적인 게임과는 달리 적군이 쳐들어오기도 하여 기분을 전환(?)시켜주기도 하니 마음놓고 있다가는 큰일난다.

오랜 기간 편하게 즐기기에 알맞은 게임이다.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은 시에라만의 특허는 아니다. SIM 시리즈로 유명한 맥시스도 있고, TV게임기에서도 많은 타이틀이 나와 있다. 어떤 게이머는 도시를 발전시키는 재미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보면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파라오는 그것들과는 구분되는 시에라 특유의 아기자기함으로 가득 차 있다. 시저처럼 친숙하고 새로운 요소들로 무장한 파라오는 한번 해 볼만한 게임이다.

I'm G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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