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곳, 그 웃음과 눈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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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호 06면

사진작가 주명덕의 카메라는 추억의 다락방이다. 쿰쿰한 냄새 나는 그곳에 켜켜이 쌓인 먼지를 툭툭 털면 까맣게 잊고 지내던 그 시절 그곳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씨암탉들이 뛰어 노는 마당 평상 위에 앉은 가족들의 표정에는 세상 부럽지 않은 여유가 배어 있다. 초가집 부엌 뒤켠에 무심하게 서 있는 강아지의 얼굴도 마찬가지다. 먼 하굣길에 어린 동생을 말 태워주던 친구들, 장날 장터의 시끌벅적함, 산골 깊숙한 곳에 마련된 너와집…

‘주명덕 사진전-My Motherland’전, 8월 18일~9월 25일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 문의 02-720-0667

이제는 멀리 신기루로 사라진 1960~70년대 우리의 얼굴이 까끌한 흑백의 질감으로 우리를 쳐다본다.주명덕 작가는 1966년 ‘홀트씨 고아원’이라는 전시로 기록 사진의 시대를 연 인물이다. 지금까지도 흑백사진과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며 우리 삶의 흔적을 차곡차곡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일상적 삶의 공간으로서 도시의 이미지를 기록한 ‘도시정경’(2008년)과 40년간 한국의 산과 대지를 다니며 삶의 터전을 포착한 ‘풍경’(2009년)에 이어 열리는 대림미술관의 ‘주명덕 프로젝트’ 마지막 전시다.

전시의 부제는 ‘비록 아무것도 없을지라도’. 그는 “사진을 찍을 당시엔 한옥이나 초가집 모두 계속 그 자리에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젠 모두 사라졌다”며 자신이 남긴 ‘기록’들을 조심스레 매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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