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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Focus]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서 급부상 미셸 바크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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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오는 9월이면 결혼한 지 33년이 돼요. 나는 남편을 존경해요.”

 “동성 간 결혼은 (미국에 대한) 진주만 공격이나 마찬가집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는 걸 하겠다고 매달리는 오바마 정부는 우리에게 더 이상 필요 없어요.”

 올여름, 한 여성이 미국 정계를 흔들고 있다.

 미셸 오바마나 힐러리 클린턴이 아니라 미셸 바크먼(55)이란 이름의 여성 하원의원(미네소타)이 그 주인공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특별한 경력도 없이 지난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더니만 공화당 대선주자 가운데 덜컥 ‘현재 스코어 1위’를 기록 중이다. 말 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난 다크호스다.

 조명을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13일 공개된 투표결과였다. 아이오와에서 실시한 공화당 대선후보 첫 경선 예비투표에서 쟁쟁한 남성 후보 8명을 제치고 28.6%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첫 소감으로 “여러분은 방금 오바마가 단임 대통령(one term president)에 그칠 거란 메시지를 보냈군요”라며 ‘오바마 타도’를 분명히 했다. 혼자서만 의기양양한 것이 아니라 다른 공화당 후보들까지 “그녀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다” “오바마의 가장 강력한 적수”라고 치켜세우는 분위기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 국가신용등급 강등, 오바마 대통령 지지도 추락…. 이 와중에 그녀가 ‘뜨는’ 이유는 뭘까. 바크먼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캐릭터다. 민주당 가문에서 태어나 공화당으로 전향했으며 평소 언행에도 극도의 ‘강경함’과 ‘감수성’이 동시에 묻어난다.

 그녀는 보수 중에서도 강경 보수다. 정통 기독교 신앙을 강조하며 연설에도 성경 구절을 인용한다. 동성애와 낙태는 ‘결사 반대’다. “동성애자들이 집에 계란을 던지기도 하고 협박 메일을 보내기도 하죠. 시청 화장실에서 두 명의 여성이 저를 구석에 몰아넣고 동성 결혼에 대한 의견을 물어서 소리를 지르며 구조요청을 한 적도 있어요. 그래도 동성간 결혼은 결코 찬성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한없이 부드럽고 감성적이며 모성애가 넘쳐난다. 유세장에서 아기를 안기 전에는 보드라운 아기 피부가 다칠세라 장신구를 벗는다. 저 멀리서 질문한 사람에겐 단상에서 내려와 답을 하고 유권자와 춤을 추며 어울린다. 무엇보다 다섯 명의 아이를 낳아 기르고 23명의 아이를 입양한 대단한 어머니다. 심리치료사인 남편과 함께 ‘크리스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위탁시설을 지어 식이장애 10대 소녀들을 돌보는 점도 훈훈하다.

 그런 그녀가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든 것은 2000년. 그해는 물론 2002년 미네소타 상원의원에 줄줄이 실패할 정도로 출발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끈질기게 낙태반대, 동성결혼 반대 운동을 펼쳐왔고 그 결과 ‘정치 여전사’가 아니라 ‘사회 여전사’의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정치과학자인 스테판 시어 칼턴대학 교수는 “바크먼에겐 확실히 혁신적인 면이 있다. 그녀는 법조인이나 국회의원의 리더십에 의존한 적이 없다. 대신 대중이 참여하는 십자군운동을 주도하길 좋아한다”고 평가한다. 이런 점이 바로 권위적이고 콧대 높은 기존 공화당 의원들과 확연히 차별화된다는 것. 바크먼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대중과 엘리트, 종교와 정치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중재자 역할을 하는 그녀에게 묘한 매력을 느낀다. 공화당원이지만 진짜 소속은 국가와 가족, 그리고 하느님이라는 인상마저 준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로널드 레이건을 위대하게 만든 건 주지사를 하며 쌓은 정치적 경험이 아니라 핵심 원칙들(core principles)”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명한 소신과 열정적인 태도야말로 리더십을 잃어버린 오바마 정부, 위상이 흔들리는 조국에 실망한 미국 백인 중산층이 폭넓은 지지를 보내는 진짜이유가 아닐까.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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