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카페] 2집 낸 스카펑크 밴드 ‘카피머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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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집 앨범을 발표한 카피머신. 왼쪽부터 방주(베이스)·김단(키보드)·준다이(보컬)·임준규(기타)·김주연(드럼).


우리말로 풀면 복사기다. 스카펑크 밴드 ‘카피머신(Copy Machine)’ 말이다. 처음엔 해도 너무했다 싶었다. 밴드 이름이 복사기라니? 음악을 베끼겠다고? 아닌 게 아니라, 종종 그런 오해를 받는다.

 때는 지난해 여름. 2007년 잠정 해체했던 이들이 다시 뭉쳤다. 밴드는 방주(35·베이스)·임준규(32·기타)·준다이(31·보컬)·김주연(29·드럼)·김단(22·키보드)으로 재편됐다. 3년 만에 새 싱글 ‘로데오’를 발표했다. 이 곡은 특유의 발랄한 스카펑크 리듬 덕분에 꽤 알려졌다.

 한 통신사에서 광고음악으로 끌어다 쓰면서 ‘요요요송’으로 개사했다. 그런데 노래는 카피머신이 못 불렀다. 힙합듀오 리쌍이 대신 불렀다. 지명도에서 밀린 게다.

 “‘요요요송’을 리쌍의 노래로 아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심지어 CM송도 카피하느냐는 반응도 있었죠.”(준다이)

 그런데도 왜 하필 ‘복사기’란 말인가. 준다이는 “세상의 희로애락을 마치 복사하듯 음악으로 담아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발매된 2집 ‘메리 고 라운드(Merry-Go-Round)’를 받아 들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 복사기 밴드, 아니 카피머신의 음악적 역량이 옹골지게 담겨있었다. 첫 번째 트랙 ‘메리 고 라운드’부터 웅장한 멜로디가 몰아쳤다. 발랄한 스카 리듬에 드세게 긁어대는 펑크 리듬이 보태졌다. 제목 뜻 그대로 마치 ‘회전목마’를 탄 듯 1번부터 13번 트랙까지 몇 번이고 돌고 돈 다음에야 멈출 수 있었다.

 “스카펑크는 우리 밴드의 정체성이자 최고 무기에요. 어느 누구보다 스카펑크 음악을 맛깔 나게 연주한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방주)

 카피머신으로만 치자면 결성 5년차에 불과하지만, 김단을 제외하자면 다들 이런저런 밴드에서 10년 이상 음악을 익혀온 ‘인디밴드 1세대’에 속한다. 1집 ‘오키도키(2007)’ 발표 이후 4년 가까이 공백이 있었음에도 동요하지 않았던 건 멤버들의 내공 덕분이다.

 “밴드로서 흥망성쇠를 다 겪어봤죠. 지난 4년 사이에 바닥까지 쳐봤는데 바닥이란 건 그 아래에 또 다른 바닥이 있는 것 아니겠어요? 바닥이니 정상이니 그런 생각 안 하고 의연하게 음악만 할 생각입니다.”(준다이)

 그러니 카피머신아, 지난 시절의 공백 따위는 떠올리지 말기를. 다만 2집 앨범에서 또렷이 드러낸 음악적 흥취만은 꼭 붙들고 있기를. 그럴 수만 있다면 확신할 수 있겠다. 그대들의 ‘복사기’는 결코 고장 나지 않는다. 밴드 ‘카피머신’은 오늘도 음악으로 덜컹덜컹 세상을 복사하고 있다.

정강현 기자

◆스카펑크(ska-punk)=1960년대 자메이카에서 태동한 스카의 ‘약강약강’ 리듬에 거칠고 강렬한 기타 연주가 바탕이 되는 펑크록 사운드를 접목한 음악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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