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급류탄다…투자협정 우선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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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이 발표되면서 경제부처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정부는 무엇보다 민간 기업들이 안심하고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 장치를 갖춰줄 책임을 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 북한측과 정부 차원의 공식 경협 채널을 가동해 각종 투자보장 협정과 자금투입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북한과 정부 차원의 경협 창구로는 이미 1992년 '남북 화해와 교류에 관한 부속 합의서' 에서 경제공동위원회를 두기로 돼 있다.

우리측 위원장은 재정경제부 차관. 그러나 위원회는 92년 당시 북한측이 '팀 스피리트' 훈련을 구실로 실행을 미뤄 이제껏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재경부는 이 위원회가 남북 정상회담 뒤 곧바로 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헌재(李憲宰)재경부장관은 "이미 경제협력위원회의 필요성에 양측이 공감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 고 밝혔다.

위원회가 가동되면 먼저 투자자금의 회수 보장과 이중과세 방지, 분쟁조정 절차 등에 대해 논의해 관련 협정을 체결하게 된다.

이런 협정들은 실제로 기업들의 투자가 일어나기에 앞서 반드시 마련돼야 할 장치다.

또 물건과 서비스를 주고받는 대금을 처리할 청산 결제은행을 지정하고 결제를 어떤 통화로 할지도 합의하게 된다. 관세 문제는 이미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양측의 교역은 민족 내부거래로 인정받아 무(無)관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또 하나 논의 대상은 자금지원 문제. 재경부는 ▶저개발국 지원용으로 마련해 둔 7천억원의 대외경협기금▶대북사업 지원을 위해 준비한 남북협력기금 2천억원 등 9천억원 정도는 당장 남북 경협 사업에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관련 자금을 기업들에 지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북한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에 우리 기업과 해외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여러 형태로 진출하도록 각종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창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북한은 최근 대외개방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 정부와 투자보장 협정 등에 적극적인 태도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고 내다봤다.

그러나 오강수 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은 "북한은 우리와 맺을 협정이나 재원조달 방안이 앞으로 있을 다른 나라들과의 경협에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까다롭게 나올 공산이 크다" 며 "정부가 시간이나 정치적 목적에 쫓겨 협상에서 끌려다녀선 안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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