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송재우칼럼 - 대도들이 사라지고 있는 메이저 리그

중앙일보

입력

1982년 당시 오클랜드 에이스의 릭키 헨더슨은 시즌 130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74년 루 브록이 세운 118개의 기록을 가볍게 경신한다.

그로부터 8년 뒤 헨더슨은 통산 939개째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메이저 리그 통산 도루 기록도 갈아 치우게 된다. 98년에는 불혹의 나이 40세에 66개의 도루로 최고령 도루왕에 오르기도 했다.

79년도에 데뷔한 릭키 헨더슨은 올시즌도 뉴욕 메츠의 1번 타자로 끊임없는 신기록 행진에 여념이 없다. 그의 외로운 신기록 독주에는 파트너가 보이지 않는다. 80년대 후반부터 보이기 시작하던 도루 경시 풍조는 90년대를 거쳐오면서 확연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8년에는 한경기당 도루 평균은 1.31개에 그쳐 75년이후 최소의 기록을 세웠다. 시즌 통산 홈런보다 도루가 많았던 팀은 4팀, 지난해는 그나마 2팀으로 줄었다. 10년전에는 당시 26개팀의 정확히 절반인 13개팀이 도루를 더 많이 기록했었다. 그 이유는 뭘까? 오늘날의 선수들이 과거보다 스피드가 느려진걸까?
정답은 바로 이것이다.

도루없이 득점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한껏 키운 선수들이 담장밖으로 공을 쳐내고 있다. 운동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마치 홈런만이 야구의 진수를 표현한다는 듯이 열광한다. 과거 스톱 워치를 가지고 투수들의 세트 포지션의 시간을 체크하는 1루 베이스 코치의 모습은 보기가 어렵다.

특히, 자극적이고 빠른 승부에 익숙한 신세대 팬들은 도루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오늘 맥과이어나 소사가 홈런을 추가했는가에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홈런 파워에 도루가 밀렸난 것은 아니다. 투수들과 포수들의 끊임없는 노력도 단단히 한 몫을 했다. 과거 투수들의 세트 포지션 시간은 1.6초이상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평균 릴리즈 타임이 훨씬 짧아졌다. 슬라이드 스텝, 픽오프 동작, 피치 아웃등 주자 견제 동작도 다양해 졌다. 결국 주자들의 스피드에는 한계가 있고 베이스간의 거리는 변하지 않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꼽히는 이유는 부쩍 늘어난 인조 잔디 구장과 선수들의 부상 염려이다. 무릎에 무리를 주는 인조 잔디와 선수 생명을 연장하려는 선수들의 소심함이 겹치면서 도루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점수를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도루. 이제 도루는 서서히 과거의 유산으로 사라지는 것인가!

※ 송재우 : 現 인천방송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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