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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교과서 속 이야기 신문에도 있네요] Ⅳ. 밝고 건전한 인터넷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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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실명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26일 우리나라 최대 포털 사이트 중 하나인 네이트(www.nate.com)의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사건 발생이 계기가 됐다.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한 이유는 악플을 근절하기 위해서다. 실명을 공개하면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상대방을 모욕하는 등의 악플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악플은 근절되지 않고 인터넷 실명제로 인해 가입 시 입력한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인터넷 사용자들의 불만만 커졌다. 교과서를 통해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점을 알고, 신문 기사에서 악플도 막고 개인정보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본다.

지난달 26일 35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유출되는 최악의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중 하나인 네이트(www.nate.com)가 중국으로 추정되는 해커의 소행으로 가입자 전체의 신상정보를 도난당한 것이다. 포털 사이트에 대규모 해킹 시도가 잦은 원인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꼽는 이들이 많다. 포털 사이트 가입 시 실명 인증을 위해 주민등록번호 등 많은 개인정보를 기재하도록 돼 있어 해커들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소셜 댓글 서비스 ‘라이브리’를 개발한 김범진(27) 시지온 대표는 “소셜 댓글 서비스를 잘 활용하면 실명제의 기본 취지인 악플도 막고 개인정보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 대표를 만나 그 방법을 들어봤다.

박형수 기자

김범진 대표는 “자신이 남긴 댓글을 온라인상의 인맥들과 공유하게 만든 시스템이 실명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록 기자


-악플을 막기 위해 소셜 댓글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들었다.

“라이브리는 네티즌이 댓글을 쉽게 달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은 내 견해를 남기고 싶으면 그 사이트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라이브리를 설치한 사이트라면 네티즌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싸이월드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계정으로 로그인 한 뒤 댓글을 쓰면 된다. 예를 들어 특정 신문사의 기사를 보고 댓글을 남기고 싶다면, 신문사 홈페이지에 직접 가입하지 않고 자신의 트위터로 로그인한 뒤 글을 쓰면 된다. 댓글을 다는 시스템이 훨씬 간결해진 셈이다. 여기에 댓글 관리 프로그램을 더했다. 도박이나 음란 사이트를 광고하는 스팸성 댓글은 100% 차단하는 등 댓글 환경에 유해성도 없앴다.”

-댓글 달기가 쉬워지면 오히려 악플이 많아질 우려는 없나.

“라이브리를 이용해 댓글을 달면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도 댓글이 동시에 저장된다. 내가 쓴 글을 나의 온라인 인맥들과 공유하게 된다는 말이다. 만약 내가 특정 연예인의 기사를 읽고 ‘○○○ 재수 없어. 죽어’라는 악플을 남기면, 평소 나에게 신망을 갖고 있던 친구와 선후배가 어떻게 생각하겠나. 글을 쓰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고 표현을 순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라이브리를 적용한 많은 사이트에 악성 댓글이 90% 이상 사라졌다.”

-어떤 사이트들에서 라이브리를 사용하고 있나.

“국내에는 420여 개 정도다. 중앙일보를 포함한 언론사 사이트, 국방부·기획재정부 등 정부 기관의 사이트에도 깔려 있다.”

-라이브리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2007년 최진실씨 자살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고인의 자살에 악성 댓글이 원인이었다는 말을 듣고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정말 기가 막혔다. 그 사건 이후에도 특정인을 이유 없이 비방할 목적으로 ‘○○○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사이트가 운영되는 것도 충격적이었다. 인터넷에 남긴 자신의 글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어떤 사이트에 이 시스템이 꼭 도입되길 바라나.

“포털 사이트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고 의견 교환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된 것도 포털에서 악성 댓글을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네티즌은 실명을 공개하는 일이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 문제다. 실제로 많은 사이트에서 자신의 실명을 고스란히 공개한 채로 거리낌없이 욕설을 남긴다. 이번 네이트 해킹 사건 이후 실명제 폐지가 대두된 것도 실명제의 취지인 악성 댓글 근절은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개인정보 관리 소홀로 인한 엄청난 피해만 남겼기 때문이다. 소셜 댓글 서비스를 도입하면 포털에 가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개인정보 관리 부담도 덜고, 악성 댓글도 순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실명제를 도입할 때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억누른다는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내가 쓴 댓글이 인터넷상의 인맥에게 공개되는 라이브리의 시스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네티즌도 많을 것 같다.

“소셜 댓글은 실명제처럼 법으로 구속하는 방식이 아니다. 사용자가 댓글을 공유하기 원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다. 하지만 ‘이걸 공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악플을 자제하는 효과는 충분히 있다. 또 소셜 댓글은 악플을 억누르는 효과와 함께 선플을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아직까지는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클릭한 사람이 1000명이면, 댓글을 다는 사람은 10~30명꼴이다. 1~3%만이 댓글 서비스를 이용하는 셈이다. 이들 중 대다수가 악플러라는 게 문제가 된다. 침묵하고 있는 97~99% 중 선플을 달 수 있는 사람들이 댓글 쓰기에 자유롭게 참여한다면 악플이 희석되고 온라인이 토론문화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라이브리=살아있는(live) 댓글(reply)이라는 의미다. 특정 사이트에 가입하지 않고 자신이 기존에 갖고 있는 싸이월드·트위터·페이스북 등 SNS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댓글을 남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사이트에 남긴 댓글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온라인 인맥에게도 공개된다. 댓글을 지인들과 공유하기 때문에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욕설 등의 악성 댓글을 남기는 행동을 자제하게 된다.

중앙일보 기사로 더 생각해 보세요

쓰는 사람은 모르는 악플의 폐해


인터넷상의 대화는 댓글 형태로 이뤄진다. 온라인의 특성상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않은 채 글로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는 말이나 욕설을 쓰는 이가 적지 않다. 연예인 등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사일수록 악플의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지속적으로 악플에 노출된 이들은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한다. 심한 경우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악플의 문제점은 피해자들이 당하는 고통에 비해 가해자들의 죄책감은 크지 않다는 데 있다. 악플러들은 여러 사람이 적은 악플에 하나 보탰을 뿐이라는 생각에 “내 탓이 아니다”라고 쉽게 넘어가곤 한다. 악플 근절을 위한 시스템 정비와 함께 네티켓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관계기사

2011년 5월 24일자 34면 송지선 아나운서를 괴롭힌 SNS 폭력

2009년 3월 19일자 2면 디지털 사회 ‘카더라’ 망령에 무너진다

2008년 10월 12일자 M7면 최진실 죽음이 남긴 것

2008년 10월 8일자 33면 악성 댓글, 처벌보다 네티켓 교육이 먼저

2008년 9월 10일자 12면 “불매운동? 악플이 안재환 죽였다”

2007년 6월 7일자 10면 목매 자살 … 친구들 “악플 때문”

2007년 2월 7일자 C9면 험악한 댓글로 쾌감 느껴 … 상대방 피해 생각도 안 해

인터넷 문화 바꿀 대안은

악플의 원인으로 인터넷상의 익명성을 드는 사람이 많다. 이름을 감출 수 있어서 상대방에게 아무렇게나 비방을 쏟아놓는다는 말이다.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된 것도 이런 분석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한 뒤에도 악성 댓글이 사라지지 않아 새로운 대안 모색이 시급하다. 게다가 실명제 도입 이후에는 사이트 가입에 주민등록번호 등 여러 가지 개인정보를 입력하게 돼 해킹 등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높아졌다. 개인정보 유출은 선량한 네티즌들이 사이버 범죄에 노출될 수 있어 피해가 심각하다. 악플 폐해도 막고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불안감도 없앨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

관계기사

2011년 3월 21일자 E8면 읽는 이 없는 ‘개인정보 취급 동의서’

2010년 12월 22일자 22면 선플 100만 돌파 … ‘해바라기 잔치’

2010년 8월 15일자 31면 인터넷 실명제의 역설

2009년 4월 9일자 43면 “인터넷 악플은 흉기, 선플은 예술입니다”

2008년 7월 23일자 31면 가십과 악플

2007년 2월 7일자 C9면 익명의 의사 표현은 기본권

이번 주 주제와 관련된 NIE 활동 이렇게

1. 아래 기사를 잘 읽고 악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선플을 권장하는 내용을 신문 만평 형태로 표현해 본다.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 청소년과 시민들이 행동에 나섰다.

2007년 10월 27일 오전 10시 서울 반포동 반포종합운동장에선 서초구 18개 중·고등학교 학생 1200여 명이 모였다. 서초구자원봉사센터와 청소년나비운동본부가 주최한 ‘굿티즌(goodtizen)’ 캠페인의 참가자들이다. ‘good(선함)’과 ‘netizen(네티즌)’의 합성어인 굿티즌은 ‘인터넷에서 고운 말을 쓰고 예절을 지키는 착한 네티즌’을 의미한다. 청소년나비운동본부 고승덕(50·변호사) 대표는 “인터넷에 넘쳐나는 악플러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하지만 바른 인터넷 세상을 바라는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나비효과’처럼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포식에 이어 ‘굿티즌 표어 대회’가 이어졌다. 학생들은 1시간여 표어 작성을 놓고 고심했다. 주로 비방과 욕설이 난무한 ‘악플’ 대신 칭찬과 격려의 댓글인 ‘선플’을 쓰자는 취지다. ‘키보드 손놀림이 칼놀림보다 위험하다’ 같은 기발하고 재미있는 표어가 쏟아졌다. 박용인(16·서울고)군은 지난해 성적 비관으로 자살한 또래 학생의 경우를 보도한 기사에 달린 악플 수천 개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참다 못해 ‘자살한 학생의 심정을 이해한다. 친구의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는 글을 올렸다. 게시판에 곧 공감의 글이 이어졌다. 박군은 “당장은 불가능해도 한 명 한 명의 노력이 모이면 인터넷 세상도 선플로 가득하리라 믿는다”며 웃었다.

캠페인을 홍보하는 거리 행진에 나선 학생들은 오후 1시 반포동 고속터미널 광장에 다시 모였다. 이들은 휴대전화로 줄임말이나 거친 말을 쓰지 않은 ‘선한 문자 보내기’와 보기 싫은 악플이 담긴 풍선을 한꺼번에 터뜨리며 ‘선플 세상’을 선언하는 시간도 가졌다. 학생들과 함께 행사에 참석한 김용재(49·반포고 교사)씨는 “생각의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게 악플러들의 문제점”이라며 “이곳에 모인 학생들이 씨앗이 되어 수많은 굿티즌이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007년 11월 1일자 s3면 악플 이젠 안녕~>

참고 기사> 중앙일보 2011년 6월 13일자 33면 ‘작은 파장을 일으키는 큰 울림’ 

2. 인터넷 댓글이 건전하게 활용되면 온라인 토론 문화를 조성해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온라인 공간에 악플을 근절하고 성숙한 토론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사이트 운영자와 네티즌의 입장에서 각각 아이디어를 내본다.

예> 사이트 운영자: 선플은 클릭하지 않아도 바로 내용을 볼 수 있게 하고 악플은 제목에 ‘악플’이라고 표시한 뒤 클릭을 한 뒤에야 읽을 수 있도록 막아놓으면 악플을 다는 분위기가 자제될 것 같다.

네티즌: 나와 다른 의견에 무조건 비방과 욕설을 퍼붓지 않고 포용하는 자세를 갖는다. 악플 읽기를 자제하고 선플을 모방해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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