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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돌풍, '바이오 산업' 주식을 알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의 바이오산업은 1976년 벤처캐피털들이 캘리포니아대로부터 여러 유전자 재조합 기술 개발과 이용에 관한 특허를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미국에는 1,500개가 넘는 바이오 벤처기업이 있지만 다른 업종에 비해 부침이 상당히 심한 편이었다. 수많은 기업들이 새로 생겨나고, 사라졌다. 그러나 1997년을 기준으로 할 때 흑자기업은 불과 10개가 안될 정도였다. 1990년대 초반 미국 증권시장에서 바이오기업들은 그 성장가능성으로 인해 한때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90년대 중반으로 가면서 수익과 신제품 개발이 기대에 못미치자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인간유전체 연구가 가속화되면서 불어닥친 바이오 열풍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바이오칩이 몰려 있는 나스닥 바이오 주식의 주가는 지난해 10월말부터 폭등하기 시작해 최근까지 무려 135.6%나 급등했다(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는 70.2% 상승). 종목별로 보면 인간 유전체 해석기업인 셀러라 게노믹스가 416.6% 상승했고, DNA칩 제조사인 인사이트 팜은 무려 957.3%나 폭등했다. 3월 중순을 기준으로 밀레니엄 파마티칼사의 매출액 대비 시가총액 비율(PSR)은 60배나 됐다.

DNA칩 생산기업인 애피메트릭스사도 100배에 달했다. 국내에서도 예외 없이 바이오테크업체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뛰고 있다.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바이오벤처로 꼽을 만한 마크로젠은 지난 2월22일 코스닥 등록 이후 3월15일까지 16일째 계속 상한가를 기록해 시가총액이 1,740억원에 달한다. 한국 주식시장에 불어닥친 바이오 열풍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바이오테크기업 전문 애널리스트 4인에게 들었다.

벤처기업 증가로 국내산업 올해 8.9% 성장 전망
정명진 (대신경제연구소 기업분석실 연구원)

바이오테크 기술은 전자공학 등 인접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산업화가 크게 앞당겨지고 있다. 휴먼게놈 프로젝트도 당초 2005년이 목표였으나 슈퍼컴퓨터의 도움으로 2000년 하반기에 완료될 전망이다. 따라서 유전자 진단·치료기술의 발달과 산업미생물의 유전체 연구, 동·식물의 유전체 연구가 가속화됨에 따라 세계 바이오테크시장은 올해부터 2010까지 연평균 11.1%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KIET 99년 11월).

그러면 세계 바이오산업의 성장 속에서 국내 바이오테크산업의 성장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 바이오테크산업은 미국에 비해 매출이 3.3%, 회사수는 14%, 연구개발비는 2.1%에 불과하지만 최근 국내산업이 성장 가능성을 보이는 몇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1998년 한국의 생명공학 관련 논문 비중은 미국 대비 9.5%로, 1992년의 3.8%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또 의약과 바이오테크 분야의 미국특허 비중을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1982∼86년간 0.06%에서 1992∼96년에는 0.31%로 증가,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미국 57%, 일본 12.7%, 영국 5.4%). 또한 1999년 우리 정부의 생명공학 관련 연구비는 1998년에 비해 28.3% 증가했다.

국내 주요 14개 기업의 생명공학 관련 R&D 투자액은 1999년 1,178억원으로 98년에 비해 15.2% 증가했다. 그 증가세는 2000년 16%(1,372억원), 2001년 34%(1,839억원), 2002년 21%(2,228억원) 로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산업발전에 가장 중요한 벤처기업의 창업은 1996년까지 정체를 보이다 99년 40개사(98년말 총 43개사)가 증가했고, 현재는 120여개로 추산된다. 바이오테크기업의 증가는 국내 바이오산업에 큰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미국에서도 산업발전의 밑바탕은 바이오벤처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공공연구기관이나 실험실 또는 대학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이오벤처기업이 구체화시키고, 다시 그것을 제약·화학회사 등 대규모 다각화 기업들이 산업화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 국내 코스닥 시장에 부는 바이오풍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최근 바이오칩(장외시장 포함)의 급등 요인은 바이오관련 투자자금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투자할 기업이 적다는 것이다. 벤처 관련 자금의 공급은 벤처캐피털의 수가 창업투자회사 약 100여개, 신기술금융 7개사 등 110개사로 추산되어 약 2조2,000억원(1개사당 200억원)에 달한다. 그밖에 은행 및 다른 금융기관, 기업체의 벤처투자자금까지 포함하면 최소 3조원 이상의 자금이 대기하고 있다. 그 가운데 바이오 부문에 약 10%만 투자된다고 해도 수요자금은 약 3,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바이오 벤처기업 120여개 중 투자할 만한 기업은 약 30개로 추산된다. 결국 한 기업당 약 100억원의 자금이 몰려 장외 및 등록기업은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또한 기관투자가들이 바이오벤처에 투자할 펀드를 설정하였지만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기업의 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유사 등록기업의 주가도 급등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전망이다.

세계 바이오산업 및 국내 바이오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돼 코스닥시장과 장내 주식에 부는 바이오풍은 지속될 전망이며, 시간이 지나면 기술력이 있는 바이오벤처와 성장성 있는 바이오제품을 개발중인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선별 상승할 전망이다. (jmj@deri.co.kr, 769-3062)

메이저사 제휴 통한 바이오 신약개발 불 댕길 듯
하태기 (SK증권 리서치센터 차장, 제약·바이오산업 담당)

한국 증시에서 바이오 주식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미국 바이오주 열풍이 국내 증시까지 상륙했다고 하지만 정통 바이오주는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주로 제약주쪽이 어부지리로 바이오풍을 탔다고 보이지만, 엄밀히 얘기해서 이들을 바이오칩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일부가 바이오 의약품과 관련이 있는 동아제약(DNA백신 개발, 생리활성 바이오의약품)·녹십자(유전자 재조합 백신)·대웅제약(상피세포성장인자 EPO)·한미약품(유전자 변형 흑염소 메디) 등의 주가는 크게 상승했다. 그렇지만 이들 기업도 매출 구성과 R&D 비중에서 바이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제약주는 앞으로 바이오기업과 동반상승보다 미국처럼 신약 개발력·성장성·수익성 등의 투자척도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인간 유전자지도가 완성되면 향후 10년 이내에 당장 의약품의 70% 이상이 바이오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약의 90%가 유전공학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견해까지 나왔다.

이렇게 본다면 국내 제약사들은 향후 게놈 관련 생명공학기술 발달이 기회와 위험요인으로 동시에 작용할 수 있다. 우선 기회요인으로는 향후 예상되는 1만개의 신약타깃 중 국내 제약사들이 미국 등 선진 바이오기업들과 적극적 제휴를 추진한다면 제한적이지만 세계적인 신약을 개발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경쟁에서 뒤처진 제약사들은 신약 확보의 어려움과 기존 의약품의 경쟁력 상실로 입지가 급격히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내 제약사들이 과거 화학적 합성의약품으로도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1987년 이전까지 국내에서 외국 신약의 물질특허가 인정되지 않았고, 외자기업의 활동도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오의약품 시대에는 국내에서도 물질특허가 인정될 것으로 보여 다국적 제약사들의 시장잠식은 급속도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22일 마크로젠이 코스닥에 등록되면서 국내에서도 정통 바이오주가 탄생했다.

국내 바이오벤처는 생물산업협회에 약 70개가 등록되어 있고 최근 대학과 연구소들을 중심으로 연구원 벤처창업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이중에서 인바이오넷(미생물사업)·대성미생물기술 등은 코스닥 등록을 코앞에 두고 있고, 코스닥과 제3시장에는 바이오 벤처들의 등록이 계속 이뤄질 예정이다.

미국 증시의 바이오기업 주식에 비해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는 기업별 바이오 사업전망이 불투명하고, 적정한 주가평가 모델이 없는 관계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에 비해 마크로젠의 주가는 3월 중순 현재 4만원대로, 2000년 6월의 예상매출액 대비 시가총액비율이 60배 이상 계속 치솟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산업의 고성장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바이오기업들은 수입 바이오약품들과 경쟁해 사업적으로 성공할 것인지는 아직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증돼야 한다. 그 과정은 의외로 길 것이고 주가의 등락폭도 상당히 클 것으로 판단된다.(3773-8872)

CEO 마인드까지 고려하는 옥석 가리기 필요
임진균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인간의 유전자지도를 만드는 휴먼게놈 프로젝트가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국의 주식시장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바이오테크지수는 올해 들어 63%나 올라 나스닥시장 대비 40%의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정보통신지수가 같은 기간 19% 상승한 점에 비춰보면 그 열기를 확실하게 가늠할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미국 증시와 마찬가지로 바이오기업들이 각광받고 있다. 바이오리서치의 BRC 바이오지수는 올해 들어 34%(단순주가는 112% 상승)나 올랐다. 초기에는 동아제약·대웅제약·삼성정밀화학·녹십자 등 기존 산업군 내의 바이오기업들이 바이오지수 상승을 주도했으나 마크로젠의 코스닥 등록을 전후해 이지바이오시스템·벤트리·바이오시스 등 코스닥내 준바이오기업들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바이오테크와 관련된 핵심 논점은 ‘이러한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한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하는 두가지다. 결론부터 말하면 바이오기업의 초과수익률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바이오테크에서 오는 기업 내재가치의 변동보다 미국 나스닥시장의 동향, 주식시장내 수급 및 테마 등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바이오산업이 장기간 고성장할 것이고 주식시장은 실물경기를 미리 반영한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의 주가상승을 버블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실질적인 내재가치의 뒷받침 없이 지속적으로 상대적인 강세를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도 신약개발을 재료로 제약사의 주가가 크게 상승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논란이 많았으나 금방 손에 잡힐 것 같은 신약개발의 성과가 좀처럼 나오지 않자 IMF 이후 버블 붕괴기에 주가가 크게 떨어져 제자리로 돌아왔다. 환자에게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신약이 주식시장에서는 맹위를 떨친 셈이다. 물론 현재 상황이 당시와 꼭 같지는 않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이 신약개발력 못지않게 취약하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KIET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산업의 기술수준은 선진국의 60%에 불과하다. 과기부도 선진국의 기술수준에 도달하는 데는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바이오기업의 주가는 미국 등 선진국시장과의 동조화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바이오산업의 고성장, 나스닥시장에서의 바이오기업의 강세, 국내 증시 여건 등을 고려하면,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바이오기업의 주가는 당분간 전체시장 대비 상대적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바이오 벤처기업의 코스닥 등록이 늘어날수록 기존 바이오기업의 종목압축이 불가피해져 일부 기업들은 바이오 테마군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결국 자금력과 기술력, 제휴관계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의 마인드까지 고려하는 옥석 가리기식 투자전략이 바람직한 시점이다.(768-4194)

올해는 형성기, 내년부터 본격 차별화 진행
김지현 (동원경제연구소 기업분석실 책임연구원)

정보통신과 함께 생명공학의 가치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하늘에는 정보통신, 땅에는 바이오테크”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미국 나스닥시장에서는 1999년부터 이들 첨단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과 성장성이 반영되어 IT주와 바이오테크지수는 시장평균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기록해 왔다. 특히 최근 12개월간 나스닥 바이오테크지수는 200.8% 상승하여 나스닥 종합지수(+103.5%)와 나스닥 정보통신지수(+97.8%) 상승률을 각각 97.3%, 103% 초과하는 수익률을 보였다.

이처럼 나스닥 바이오테크지수가 1999년 이후, 특히 올해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완료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신약개발 기간이 단축되고 난치병의 정복, 질병 예측 등이 가능해져 실질적으로 의약분야에서 제2의 산업혁명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러한 성장잠재력 때문에 유전체정보 바이오벤처기업들은 최근 6개월 동안 주가가 4배 이상 급등했다.

1999년 말부터 국내에서도 바이오 테마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바이오 테마가 형성될 만한 근거는 다음과 같은 두가지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국내 바이오테크 기술이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과는 격차가 있지만 바이오테크산업이 산업사이클상 도입기에서 성장기로 이전하는 단계인 데다 응용분야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즉, 세계적으로 생명공학산업의 파이 자체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생명공학시장의 장기 성장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세계 증시와의 동조화 현상을 들 수 있다. 국내 증시는 1999년부터 인터넷, 정보통신 등의 정보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세계 증시 특히 미국 증시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고, 향후에는 더욱 더 민감해질 것으로 보인다.

99년 12월부터 거래소시장에서 바이오 테마의 주도주로 나선 종목은 동아제약·대웅제약·삼성정밀화학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업체는 최근 3개월간 나스닥 바이오테크지수와 매우 밀접한 정(正)의 상관관계를 유지해 왔다. 현재는 음식료·화학·화섬 등의 업종에서 의약사업에 진출한 기업과 바이오벤처기업에 출자한 기업을 중심으로 소위 ‘준바이오 테마’가 형성되고 있다.

‘준바이오주’로 부각되는 종목은 풀무원·삼양제넥스·한솔케미언스 등이다. 최근에는 마크로젠(형질전환쥐, DNA칩)과 이지바이오시스템(사료효소첨가제)이 코스닥에 등록되면서 거래소에서 코스닥으로 바이오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향후에는 대성미생물연구소·인바이오넷·대한실험동물자원센터 등 코스닥 등록 예정인 바이오벤처기업이 코스닥시장의 바이오 테마를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 동안에는 바이오 테마의 형성기로 업체별 차별화가 덜하겠지만 내년부터는 바이오 관련주 중에서도 독특한 생명공학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중심으로 차별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문의:768-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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