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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내용 100% 진실...녹음 테이프 존재 YS도 잘 안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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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호 03면

‘6공(共)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사진)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은 12일 “두 분(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 사이의 대화가 녹음된 테이프가 실제로 있고, 그런 사실을 YS가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 2년 뒤인 1997년 (노 전 대통령 측) 한영석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YS 측) 김용태 청와대 당시 비서실장에게 통보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영석 전 수석이 대구 계성고 선배인 김용태 실장에게 “3000억원이나 지원해 YS가 대통령이 됐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계속 석방을 안 해주면 녹음 테이프를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박 전 장관은 “노태우 회고록의 내용은 100% 진실이다. 거짓이라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인데 YS 측이 왜 대응을 못하겠느냐”고 말했다.

‘6공 황태자’ 박철언 전 장관

다음은 일문일답.
-3000억원 지원 얘기를 언제 들었나.
“노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출소한 뒤인 98년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그럴 수 있나’라고만 탄식했다. 그분 어법이 원래 그렇다. 김옥숙 여사가 구체적 얘기를 전하면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사람 잘못 봤다’고 말했다.”

-회고록에선 YS 인물평이 박하던데.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직 때 ‘YS가 오랜 야당 생활로 의리와 신의가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나는 아니었다. 몇 차례나 ‘YS는 3당 통합의 전제인 내각제 개헌을 짓밟았다. 집권하면 반드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산업화를 매도할 사람이다’고 반박했다. 내가 92년 대선을 앞두고 ‘반YS’에 앞장서자 노 대통령은 ‘그런 일 계속하려면 해외로 나가라. 계속하면 구속시키겠다’고 경고했다. 내게 직접 말했고 정해창 비서실장 통해서도 전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구속돼 면회 가자 ‘자네 얘기가 많이 생각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건강이 나쁜 노 전 대통령이 어떻게 회고록을 썼겠느냐는 반론도 있는데.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쓴 메모가 수십 권이다. 16년 전 투옥되자 회고록 준비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매달린 게 10여 년 전이다. 초고를 내가 5년 전에도 봤다. 정해창 전 비서실장이 ‘초고 완성됐으니 북방 정책과 남북관계 부분에 대해 박 장관이 검토해 달라’며 원고를 보여 주더라.”

-일찍 준비된 회고록이 왜 이제야 나왔나.
“노 전 대통령의 배려다. 전·현직 대통령이 진흙탕 싸움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감옥에 있을 때는 선처를 기대했다. 노 전 대통령 참모 중엔 YS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사람들이 있다. 김윤환·서동권·금진호 등 이런 분들은 3000억원 지원 공개에 신중론을 폈다.”

-YS 측 반응을 어떻게 보나.
“말이 안 되는 동문서답이다. 돈이 당에 들어갔다면 당에 수입·지출 내역이 있어야 하지 않나. 어제 김옥숙 여사와 통화했다. ‘그동안 당하고 참은 게 얼마나 많은데 아직도 그러냐’며 울컥한 반응이더라. YS 대통령 만들기 위해 3000억원이나 지원했다. 그런데 비자금으로 걸어 노 전 대통령은 감옥 살고 이등병 제대했다. YS가 장기 투병 중인 노 대통령을 문병이라도 하는 게 도리 아닌가.”

-3000억원은 어디서 나왔나.
“3당 통합 후에 여러 대기업 총수들이 앞다퉈 대통령에게 정치자금과 통치자금을 내지 않았나. 이현우 경호실장이 관리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게 줬다는 ‘20억원 플러스 알파’는 왜 언급이 없나.
“3000억원 대 20억원이라면 비교가 안 된다. DJ에게 준 20억원은 대통령으로서 의례적으로 조금씩 나눠주는 그런 것이다. 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에게도 통치자금에서 꺼내 활동비조로 나눠줬다. 일선 공무원과 경찰에게도 격려금으로 줬다. 20억원 얘기까지 쓰려면 자질구레한 것을 모두 써야 한다. 3000억원과 비교하면 우스운 돈이다.”

-플러스는 실제로 얼마였을까.
“모른다. 다만 내가 DJ를 많이 접촉했는데 DJ로부터 ‘자금이 필요하다’는 암시를 받은 적은 없다. YS는 밤에 여러 가지 애로사항을 얘기했다. 그러면서 낮엔 정권을 직격탄으로 비판했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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