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야구] 나무배트 사용으로 투.타 균형

중앙일보

입력

홈런이 난무했던 대학야구에 올시즌 나무배트가 25년만에 재도입되면서 투수와 타자 사이에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학야구는 최근 우수한 고졸 투수들을 프로야구에 대부분 뺏겨 마운드가 약해진 반면 타자들은 웨이트 트레이닝를 통해 파워를 급격히 증가시켜 매 경기 10점이상 점수가 나는 지루한 경기가 이어졌다.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했던 지난 해 열린 춘계리그에서는 총 62경기를 치르는 동안 274개의 홈런이 봇물처럼 쏟아져 경기당 4.42개를 기록, '99시즌 프로야구의 경기당 평균 홈런 2.41개보다도 배 가까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 달 30일 개막된 춘계리그는 2일까지 22경기를 치르면서 펜스를 넘어 간 홈런이 25개로 경기 당 1.14개에 그치고 있다. 경기 당 평균 홈런 수가 4분의 1로 줄어든 셈.

홈런이 격감하자 점수도 줄어들면서 야구가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 해까지 대학야구는 타자들의 홈런 한 방에 의존했지만 장타가 줄어들자 기동력과 수비력이 승부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고 감독의 작전 능력도 중요한 매개체로 떠올랐다.

알루미늄 배트 대신 나무배트를 사용함에 따라 타자들의 기량 차를 확인할 수 있는 변별력이 생겼다. 반발력이 뛰어난 알루미늄 배트는 대충 맞더라도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지만 나무배트는 방망이 중심에 정확히 맞히지 않으면 안타를 만들 수 없다.

프로야구 스타 출신인 한대화 동국대 감독은 "알루미늄과 달리 나무배트는 맞히는 순간 강한 손목 힘으로 타구를 원하는 곳으로 날릴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알루미늄 배트 시절 힘에만 의존했던 대학야구는 나무배트로 돌아서면서 투.타의 균형을 되찾았고 기술야구의 중요성도 새삼 강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onhapnews.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