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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조남호 회장, 한진중 사태 깔끔히 해결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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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해외에서 50여 일 만에 돌아와 어제 부산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2월 정리해고 이후 영도조선소는 200일 이상 파업이 지속됐고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의 크레인 농성으로 희망버스 시위까지 가세해 홍역을 앓았다. 조 회장이 뒤늦게라도 공개석상에 나타나 “한진중공업을 이끄는 경영책임자로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힌 것은 다행스럽다. 또 호소문을 통해 “한진중공업이 부산을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혀 항간에 떠돌던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로의 이전설(說)을 부인했다. 우리는 조 회장이 공언한 대로 한진중공업 사태를 깔끔하게 해결하고 경영 정상화에 매진해 주길 바란다.

 지금 가장 중요한 관건은 정리해고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다. 조 회장은 “무조건 정리해고를 거둬들이라는 이야기는 구조조정과 생존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철회불가(撤回不可)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김 지도위원은 정리해고 철회 없이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사태를 낙관하기 힘들다. 하지만 정리해고의 불가피성 여부는 결국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조 회장이 희망퇴직자 자녀의 학자금 지원 등 새로운 카드를 내놓은 만큼 노사가 협상테이블에 앉아 거리를 좁히는 게 중요하다. 김 지도위원도 당장 크레인 농성을 풀고 희망버스 행진을 중단시켜야 한다. 170명의 정리해고(희망퇴직 신청자 230명 제외)에도 불구하고 한진중공업에는 1400여 명의 직원이 남아 있다. 이들의 생존이 회사 회생에 걸려 있는 만큼 한시바삐 경영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지난 3년간 전무했던 선박 수주에 박차를 가하는 게 우선이다. 또한 26만4000㎡(8만 평)에 불과한 영도조선소는 한국 조선산업의 강점인 대형 선박을 건조하기에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LNG선·드릴십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하면서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 하역설비) 같은 고가의 해양 플랜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多角化)하는 수밖에 없다.

 중국 조선업의 추격을 뿌리치고 생존을 도모하려면 힘든 가시밭길을 각오해야 한다. 이제 노사가 힘을 모아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회사를 완벽하게 탈바꿈시키지 못하면 한진중공업의 미래는 없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조 회장이 17일로 예정된 국회 청문회에 떳떳하게 나와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조 회장의 귀국은 문제의 종착역이 아니라 출발점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