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디지털화 신문산업성장의 `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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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선진국 뿐만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당초우려와는 달리 정보화와 디지털화가 인쇄매체의 퇴조를 몰고오기 보다는 컴퓨터 디지털화 관련광고가 신문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신문들이 지난해와 금년들어 인터넷 디지털 관련광고의 홍수로 눈에 띄는 매출성장을 가져온 것과 같이 한국의 신문들도 지난해 한해 동안 전례없는 호황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인터넷 폭증과 정보화가 최소한 당분간은 신문산업의 퇴조를 가져오기 보다는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 주요일간지들은 작년 약 1백퍼센트에 가까운 광고수익 증가를 만끽했으며 특히 경제지와 주로 젊은 층이 구독하는 스포츠지들은 그 이상의 광고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년 한해 신문, TV, 라디오, 잡지 등 소위 4대 매체의 광고매출액은 3조6천27억원으로 이는 97년말 IMF 위기가 오기 이전의 수준이고 올해는 사상최대의 매출액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가운데 신문의 광고 매출액은 1조8천55억원을 기록, 1조4천9백2십억원의 광고매출을 올린 TV를 상당한 격차로 따돌렸다.

놀라운 변화는 4대 매체가 올린 총 매출액의 최대 광고주가 기존의 `굴뚝산업'이 아니라 `신경제'로 불리는 컴퓨터 정보통신 업종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하에 작년 후반기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난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이 신문의 수익증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광고업협회 하행봉부장은 2일 "벤처기업의 광고폭증 현상이 작년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침체됐던 신문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하부장은 "사이버광고시장이 등장하면서 신문 광고의 감소가 예상되었으나 오히려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터넷기업들이 자신들을 광고하기 위해 신문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전자상거래가 생활화되지 않았고 인터넷을 통한 광고효과도 아직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터넷기업들이 기존매체로 달려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것은 이들 소자본의 신생기업들 대부분이 보통 1억원을 호가하는 일부 유력지들의 전면광고만을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최근 3대 중앙일간지에 전면광고를 낸 인터넷기업 E-Parenting Inc.의 박진수(박진수)과장은 인터넷기업들의 이러한 광고편식증을 한마디로 "벤처기업의 특성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남들보다 튀어보고 싶은 것이 우리같은 인터넷회사들의 특징"이라며 "광고를 하더라도 늘어지는 건 질색이고 또 인터넷기업은 광고효과를 얼마만큼 빨리보는가에 기업의 사활이 걸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도 3대 일간지 전면광고가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고 전제, "전면광고 1회분이 사이버광고 한달치 예산과 맞먹는다"며 "하지만 한번에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는 게 닷컴의 운명"이라고 말했다.

제일기획 미디어플래닝팀의 박정래국장도 "일등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인터넷 기업간의 치열한 선두선점 경쟁이 전면광고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고 지적했다.

한국광고업협회의 하부장도 "홍보효과는 광고크기에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닷컴사업은 먼저 성장한 쪽이 동종의 기업들을 잠식하기 때문에 홍보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인터넷기업들이 애를 쓰고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추세로 인해 일부 신문사들은 닷컴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광고시장을 겨냥, 새로운 매체를 창간하거나 창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문화일보는 지난달 초 정보통신 전문일간지로 <디지털타임스>를 출범시켰고, 국민일보는 5월초 경제전문 <파이낸셜 타임즈>를 창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영난에 빠져 매각을 고려했던 모 경제지는 늘어나는 광고수입으로 매각을 해야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자신문은 정보통신 기업들의 폭주하는 광고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으로 업계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신문이 이렇게 광고매출액 증가로 즐거워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광고특수는 오히려 일부 신문에만 해당되고 있고 여타 군소 신문사들은 IMF이후 아직도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 Ad의 김동우대리는 "올해 신문사들이 사상 유례없는 광고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그러나 신문사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광고업협회의 하부장도 "광고량이 신장될 때는 광고효과가 높은 쪽으로 몰리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인터넷 사업이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상황에서 인터넷시대의 신문을 사양산업이라고 부르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같다.
(서울=연합뉴스) 황석주기자 hsj@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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