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 헤이븐’에 몰리는 돈 … 엔·스위스프랑·금값 뛴다

중앙일보

입력 2011.08.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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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 세계 투자자금이 ‘세이프 헤이븐(Safe Haven)’, 즉 안전한 피난처를 찾아 대이동을 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이면서 조금이라도 안전한 곳으로 일단 몸을 피하려는 것이다.

 일본과 스위스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가 막으려고 발버둥쳐도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와 스위스프랑 값이 치솟고 있어서다. 9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은 9일 오후 전날보다 0.3엔 오른 달러당 77.34엔을 기록했다. 지난 4일 일본 정부가 4조5000억 엔(약 60조원)을 풀어 달러를 사들였지만 약효는 하루짜리였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외환전략가 토머스 헤이어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처음엔 효과적이지만, 계속되면 오히려 ‘정부가 개입할 때가 살 때’라는 인식이 퍼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스위스프랑 가치는 8일 달러당 0.7481프랑으로 올랐다. 사상 최고 수준이다. 스위스프랑은 올 들어 달러 대비 가치가 25%나 뛰었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지난주 금리를 내린 것도 소용 없었다. 도이체방크의 외환부문 책임자 케빈 로저스는 “그동안 많은 투자자가 엔화와 스위스프랑이 약세로 갈 걸로 보고 투자했는데, 이번에 큰 손실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미국 국채로도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8일 미국 국채 10년 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24%포인트 떨어진 2.32%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신용등급 강등→채권값 하락, 금리 상승’이라는 상식을 깼다. UBS 투자전략가 마이클 슈마허는 “미국 국채가 여전히 위험이 낮은 자산이라는 점엔 의심이 없다”고 말했다. 영국 국채 금리가 덩달아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8일 전날보다 0.03%포인트 떨어진 2.66%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 정승재 연구원은 “영국의 경우 미국이나 유로존 위기에서 한 발 비껴 있다는 심리적 이유에서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여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강세를 띠는 건 대표 안전자산인 금이다. 금값은 연일 무섭게 올라 온스당 1800달러 선을 넘보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의 12월물 금 선물가격은 9일 시간외 거래에서 온스당 177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 연말까지 금 값이 온스당 2500달러까지 오를 걸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통화 가치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원화가치는 6거래일 연속 하락해 109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HSBC 폴 마켈 외환전략가는 8일 낸 보고서에서 “아시아 통화는 거래량이 워낙 작아 ‘세이프 헤이븐’이 될 수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그는 “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신흥국 통화 가치가 강세를 띨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급락했을 때가 매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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