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지원 “검찰 빅4 호남 배려하면 존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후보자 아들의 병역특혜 의혹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오종택 기자]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하 박)=장관에 임명되면 고검장 인사부터 하게 될 거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이하 권)=임명된다면 검찰 인사를 지역이나 학교, 그 밖의 사사로운 요소가 아닌 능력과 자질을 판단해 하겠다.

 ▶박=(검찰의 빅 4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중수부장·공안부장에 호남 출신을 배려하겠나.

 ▶권=취임도 하지 않았는데….

 ▶박=서울중앙지검 특수 1·2부장, 법무부 검찰 1과장에 호남 출신 쓰겠나. 그런 탕평인사 행동으로 보일 때 장관으로 성공할 것이다. 나도 존경하고 믿겠다.

 ▶권=탕평인사와 공평인사를 (이미) 약속했다.

 ▶박=그런 보직에 틀림없이 (호남 출신을) 배려하겠다는 뜻이냐.

 ▶권=(잠시 침묵하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 인사하겠다.

 8일 밤 늦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오간 문답 요지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은 검찰 주요 보직에 호남 출신을 기용할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 “(이명박 정부) 3년 반 동안 호남 출신 인사가 제대로 된 (검찰) 보직에 없었다”는 게 근거였다. 마치 권 후보자의 임명을 기정사실화한 듯한 ‘요구’였다.

 민주당은 그러나 오전 10시 청문회 시작 때부터 오후 내내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을 선거가 있는 해에 법무부 장관을 시켜선 안 된다”는 주장을 다양한 방식으로 되풀이했다. 권 후보자가 단순한 수석 출신이 아닌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초등학교 후배란 점을 지적하며 “영부인을 ‘누님’이라고 부르느냐”(이춘석 의원)는 질문도 했다. 하지만 권 수석은 “평생 영부인을 누님이라 부른 적이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민정수석 출신 불가론’에 대해서도 “법무장관으로서 하자가 없으면 되지 어떤 자리에 있었던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이 대통령 퇴임 후 안전판이란 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민주당이 권 후보자 두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 등을 집중 제기하는 바람에 인사청문회는 ‘아들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의혹 제기는 특히 서울대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기 위해 주소지까지 대학 근처로 옮겼다가 뒤늦게 권 후보자 친구의 회사에서 병역특례 대상자로 병역을 마친 장남에게 집중됐다.


 권 후보자는 이와 관련, “위장전입은 아니지만 (큰)아들의 편의를 위해 주소를 옮긴 점은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후 병역특례업체 취업에 대해선 “아이가 강남에서 성장했으므로 서민의 애환에 대한 이해가 있기를 바랐기 때문에 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후보자가 ‘서민의 고통을 알기 위해 보냈다’고 하니까, 네티즌들은 ‘왕족 방문이냐’는 답글을 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글=남궁욱·채윤경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