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러시아 경제 소생 기미'

중앙일보

입력

곤경에 빠져 있던 러시아 경제가 최근 치솟는 원유가 덕분에 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9일 보도했다. 포스트는 이날 모스크바발 기사에서 러시아는 재정 형편이 좋아지고 외환보유고는 지난 98년의 루블화 평가절하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으며 국내 경기도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제1부총리는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당선자를 만난 후"(경제가) 전혀 나쁘지 않다"고 선언하고 유가가 다시 하락한다고 해도 "아무런 두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수출 주종 품목인 석유 값 상승으로 만성적인 재정난이 완화됐고 임금지연 문제도 크게 개선됐으며 최근 국제 민간은행들로 구성된 런던클럽으로부터 옛소련 시절의 채무 320억달러 상환을 연장받음으로써 10개 채무국그룹과의 400억달러 재조정 협상 전망도 밝아졌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가와 러시아의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러시아 경제가 자유시장경제 체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드러난 장기간의 왜곡 현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들은 금융 분야와 세제 개혁, 외화 유출 방지, 파산법 정비와 투자자 및 자본가 권리 보호를 비롯한 법의 지배 확립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장기화되고 있어 푸틴당선자의 지도력에 주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포스트는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특파원 yds@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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