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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마다 쇼핑 돕는 아바타, 물건 담으면 자동 합산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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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여름, 스마트TV로 영화를 보던 26세의 진미래씨. 잠깐 쉬는 동안 화면 한구석에 3D로 만들어진 백화점 쇼핑 전단을 불러냈다. 세계적인 모델 미란다 커가 입고 있는 원
피스가 눈에 들어왔다. 스마트TV의 리모트 컨트롤을 3D 영상 쪽으로 가져가니 관련 정보가 쫙 떠올랐다. 원피스는 신규 브랜드 ‘신데렐라’의 신제품이었다. 그녀는 바로 스마
트폰을 켰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자신의 아바타를 실행시키기 위해서다. 방금 검색했던 원피스가 아바타에 입혀진다.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의 재고가 2개 남았다는 애플리케이
션 알림 멘트에 그녀는 바로 백화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속해 원피스를 내일 매장에서 직접 입어 볼 수 있도록 예약한다.

#장면1. 휴일 쇼핑을 위해 서울 강남역을 찾은 A씨(32세). 지하철을 타는 동안 스마트폰 앱으로 평소 좋아하는 글로벌 브랜드 ‘와우’의 신상품 티셔츠를 검색한다.

강남역에 내리자 인근의 맛집, 패션 브랜드 정보가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에 떴다. 모두 A씨의 취향을 감안한 것이다. 티셔츠 매장 앞에 선 A씨, 마네킹이 서 있는 쇼윈도를 터치해 봤다. 쇼윈도가 뿌옇게 바뀌더니 마네킹 옷 정보가 쇼윈도 화면에 뜬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 티셔츠를 입고 거울형 디스플레이에 비춰 봤다.

그에 맞춰 입을 미니스커트도 사고 싶어졌다. 점원에게 추천을 부탁하자 최신 스타일의 스커트 5개를 티셔츠를 입은 A씨의 영상에 가상으로 입혀 줬다. 귀찮게 입고 벗고 할 것 없이 그중 어울리는 것 하나를 골랐다. 구두도 사고 싶어졌다. 스마트폰 SNS로 명동 단골 구두매장의 매니저에게 이곳 매장의 거울형 디스플레이에 신제품 영상을 띄워 줄 것을 부탁했다. 가상으로 3D 영상의 구두를 신어 봤다. 결과는 대만족. 원격으로 구두를 구매하고 배달을 부탁한 뒤 A씨는 티셔츠와 미니스커트를 챙겨 들고 매장을 나섰다.

#장면2. 쇼핑할 땐 직접 가서 고르는 걸 즐기는 B씨(39세). 시식 제품도 맛볼 겸 새로 나온 즉석식품 트렌드도 확인할 겸 전기차를 몰고 대형마트로 향했다. 아차차, 가장 중요한 ‘퓨처 카드(future cardㆍ가칭)’를 빼먹었다. 이를 챙긴 뒤 마트에 도착한 B씨는 쇼핑카트에 퓨처 카드를 끼웠다. 카트에 설치된 컬러 화면에 최근 B씨가 구매한 아이템들이 떴다.

화면에 등장한 쇼핑 도우미 아바타는 “지난번에 구매한 연어는 어떠셨나요. 오늘은 50% 세일 특가로 나온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한번 구경해 보세요”라고 권한다. ‘좋다’고 대답하자 화면 속 쇼핑 도우미는 고등어 진열대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중간중간 평소 B씨가 많이 샀던 제품들의 할인 정보를 알려 준다. 원하는 물건을 카트에 담을 때마다 현재 구매금액이 자동으로 합산돼 카트 앞 화면에 표시된다. 쇼핑 뒤엔 그냥 계산대 앞을 지나가기만 하면 된다. 카트 속 상품을 일일이 꺼내 바코드를 찍고 다시 집어넣는 것은 10년 전에나 하던 방식이다. 작은 칩이 제품마다 내장돼 모든 정보와 이력이 취합되는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전자 태그) 덕택이다.

#장면3. 가족과 함께 놀이공원을 찾은 C씨(40대 초반).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입장권 QR 코드로 공원 안에 들어가니 C씨 가족의 나이를 고려해 각자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추천해 준다. 놀이기구 앞에서도 줄을 설 필요가 없다. 타고 싶은 놀이기구에 스마트폰 QR 코드를 대면 예약이 가능해 “22분 뒤에 오세요”라고 알려 준다.

귀갓길에 휘발유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 멘트가 차에서 흘러나온다. 내비게이션에선 가까운 주유소 중 기름값이 싼 곳을 자동으로 안내해 준다. 주유소에 접어드는 순간, 번호 인식 시스템이 C씨의 차량 번호를 인식한다. 주유시간에 고객에게 맞는 개별 인사말이 흘러나왔다. C씨가 쌓은 포인트가 몇 점인지, 얼마를 넣으면 경품을 탈 수 있는지 알려 준다. 고객 맞춤형 정보를 알려 주는 ‘퍼스널 케어 서비스’다.

이런 쇼핑 장면들은 유통 전문가들과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전망하는 10년 뒤의 모습이다. 일부는 이미 현실화됐다. 신세계백화점은 오프라인 전단을 발전시킨 동영상 전단을 지난 6월부터 내놨다. 아나운서와 전문 캐스터가 백화점 홈페이지, 인터넷TV(IPTV), 스마트폰 앱, 트위터·페이스북 등에 등장해 주요 쇼핑 뉴스와 문화 이벤트를 알려 준다. 신세계백화점 마케팅 담당 김봉수 상무는 “10년 후엔 동영상 캐스터를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인기 연예인이 가상 캐스터로 등장해 고객을 안내하는 시스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엔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찍으면 백화점 곳곳의 신제품을 안내해 주는 시스템이 활용된다.

위치 기반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개별 취향이나 입맛에 딱 맞춘 정보는 아니지만 가까이 있는 맛집ㆍ주유소ㆍ패션매장을 안내해 주는 서비스는 스마트폰의 인기 앱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또 이마트는 미래에 도입될 RFID 서비스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RFID 주파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철제 카트를 플라스틱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지난 6월 시작했다. 놀이공원·주유소의 퍼스널 케어 서비스는 현재 기술로도 가능하다. 제일기획이 2009년 10월 국내 소프트웨어 벤처기업들과 함께 개최한 ‘마케팅 통섭전’의 아이디어다. 문제는 이를 도입하기 위한 투자, 오차와 에러를 없애는 시스템 등이 관건이다. 제일기획 프로모션제작팀 남상민 마스터는 “미래에는 단순한 제품 판매방식보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정보와 체험을 제공하는 고객 체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대형마트·수퍼마켓·인터넷쇼핑 등 유통채널별 시장 규모는 어떻게 변화할까. 일단 온라인쇼핑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에서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해 온 온라인쇼핑은 백화점·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규모를 이르면 내년께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는 국내의 인터넷쇼핑과 TV홈쇼핑 등을 포함한 무점포 매출이 올해 34조4000억원에 이르러 백화점 매출(26조5000억원 추정)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온라인쇼핑 시장은 단순히 규모만 커지는 것이 아니다. 10년 후엔 온·오프라인쇼핑의 경계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온·오프라인 간 크로스 채널 유통이 늘어나는 게 온라인쇼핑의 성공요인”이라고 밝혔다. 경제전문지 포브스 역시 ‘온라인쇼핑 10대 전망’ 기사에서 “플로리다의 식료품점 ‘팜스토어’가 온라인 구매 제품을 드라이브 스루(차를 몰고 지나가며 쇼핑을 하는 매장)에서 픽업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이미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도 온라인쇼핑몰 롯데닷컴이 온라인 구매 제품을 롯데백화점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픽업하는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고객이 오프라인에서 봐 둔 제품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놨다가 나중에 온라인 구매를 하는 솔루션도 조만간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품구매 정보 제공해 돈 버는 서비스 등장
SNS를 쇼핑에 적용하는 소셜커머스 시장도 대세다. 지난해 500억원이던 시장 규모는 내년에 7000억~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께엔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소셜커머스의 형태도 더욱 진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티켓몬스터·그루폰 등이 하는 소셜커머스 모델은 공동구매를 통해 제품·서비스 가격을 할인받는 형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앞으론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질 전망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소셜커머스 시장 현황 및 정책 이슈’ 보고서에서 “외국에선 소비자가 자신의 상품 구매 정보를 공유하게 해 기업엔 마케팅 수단을 제공하고, 소비자들은 금전적 보상을 받는 ‘구매-나누기’ 방식의 소셜 서비스가 등장했다”고 진단했다.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살 것인지 고민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미국에선 SNS를 통해 제3자의 객관적 조언을 소개하거나 조언해 주는 사람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시작됐다.

현금을 쓰지 않는 ‘캐시레스(Cash-less)’도 중요한 미래 쇼핑 흐름 중 하나라고 영국의 ‘트렌드워칭’은 예측한다. 신용카드·모바일 카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결제 수단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7000여 개의 유럽 매장에 손으로 눌러 제품을 주문할 수 있는 터치 스크린과 카드만 대면 자동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버거킹도 자동 결제가 가능한 ‘비자 페이웨이브’ 시스템을 일부 매장에 설치 중이다. 구글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결제와 포인트 적립이 가능한 ‘구글 월넷(전자지갑)’ 서비스를 지난 5월 선보였다.

쇼핑의 겉모습만 바뀌는 것도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먼 나라의 구하기 힘든 제품, 더 싼 제품, 더 좋은 제품을 살 수 있게 도와줄 것으로 보인다. 포브스는 ‘온라인쇼핑 10대 전망’에서 “미래 쇼핑의 키워드 중 하나는 국제 거래”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인터넷쇼핑 매출의 10~20%는 이미 국경을 넘나든다. 이와 함께 1인 상인들이 전 세계 소비자를 상대로 직접 물건을 파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소비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물류·배달 시스템은 IT와 결합해 더 싸고, 더 좋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돕는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 김민 부장은 “상품마다 RFID가 적용되면 입출고, 진열대 배치, 판매, 반품 등 단계별 상태를 파악해 재고 관리와 물류·배송을 대폭 혁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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