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차 양적 완화 세계 환율전쟁 부를 것 弱달러·불황 대비할 때

중앙선데이

입력 2011.08.07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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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호 20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 다우지수가 세계경제 침체 우려로 4% 넘게 급락하자 한 시장 트레이더가 얼굴을 감싸 쥐고 괴로워하고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미국이 부채한도를 늘렸는데 증시는 폭락했다.
이종우 센터장=한도 증액 결정 자체는 크게 문제될 건 없다. 한두 번도 아니고. 제일 큰 문제는 이미 미국 경제가 4월부터 기울고 있다는 점이다. 더 길게 보면 금융위기 이후 2년의 회복 기간 동안 너무 정부에 의존했다. 그 힘마저 올해 4월 이후 떨어진 상황이다. 지금도 경제 상태가 별로 좋지 못한데 앞으로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공포가 시장을 짓누른 것이다.

요동치는 세계 경제 … 전문가 긴급 진단

오정근 교수=이번 결정으로 미국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다.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그리스·이탈리아 등이 GDP의 130%다. 아일랜드는 구제금융을 받고 93%로 낮췄다.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서는 것은 위험하다. 그래서 재정을 긴축하겠다는 것이다. 그게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김주현 원장=주가 폭락은 경기회복 속도가 느려지는 게 근본적인 원인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는 시장의 자생적인 힘이 아니라 정부 부양책에 힘입어 회복했다. 하지만 정부가 돈 좀 풀었다고 경제가 좋아질 순 없다. 올 3월 실업률이 떨어지고 소비가 살아나서 기대했지만 2분기에 실업률은 9.2%로 올랐다. 2006년 7월 206이던 케이스실러지수(S&P의 미국 주택 경기 지수)도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데도 올 3월 138로 떨어졌다. 주택시장이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소비나 생산도 다 뒷걸음질치고 있다.

-앞으로 미국 경제 전망은.
김 원장=일본이나 유럽이 버텨주면 미국도 수출을 바탕으로 살아날 텐데, 일본은 마이너스 성장에 유럽은 금융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보통 경기는 파도처럼 큰 골이 있으면 회복될 때도 큰 폭으로 회복된다. 그러면서 파동이 진정된다. 미국 경제도 2008년 워낙 큰 폭으로 내려갔기에 지난해 크게 올라갔다. 다시 내려가는 중이고 앞으로도 파고는 낮아지겠지만 출렁이며 간다.

이 센터장=이번에는 더블딥도, 소프트패치(경기회복 중의 일시적 침체)도 아니다.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덕분에 미국 경제가 더블딥으로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민간이 안 받쳐주니까 성장은 옆으로 깔리는 형태가 될 것이다. 저성장 형태로 간다. 연 성장률이 1% 미만이 될 것이다.

오 교수=미국 실업률은 2007년 4.6%였지만 지금은 9%를 넘는다. 국민이 소비할 여력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실업률이 4%대로 떨어지기까지 6~7년 걸릴 것으로 본다. 내가 보기엔 최소 4년, 길면 8년 걸릴 수도 있다. 게다가 미국 사회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까지 생각하면 GDP 대비 정부 지출이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2020년 GDP 대비 부채비율이 20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더블딥이 문제가 아니라 저성장에 장기 불황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3차 양적 완화가 도움이 될까.
김 원장=1차에서 2차로 가며 규모가 작아졌으니까 3차는 양적 완화를 하더라도 규모가 작을 것이다. 지금은 2차 양적 완화의 후유증이 끝나고 적응하는 기간이다. 시장이 자생적으로 살 방법을 찾으면 양적 완화를 안 할 거고, 이탈리아·스페인으로 위기가 퍼지면 할 것이다. 버냉키가 만일을 위한 카드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센터장=3차 양적 완화는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에는 나올 것이다. FRB 의장이 버냉키라서 가능하다. 위기 상황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결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3차 양적 완화 얘기를 꺼냈다가 워낙 비난이 많으니까 일단 접은 형국이다. 양적 완화 해봐도 실물경기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공인된 상황이다. 그렇다고 ‘열중쉬어’하고 스스로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금융시장이 요동칠 것이다. 주식시장이 더 어려워지면 비난하는 목소리가 줄어들고, 그만큼 버냉키의 입지는 강해진다. 규모는 2차보다 작아질 것이다.

오 교수=3차 양적 완화의 규모가 예상외로 클 수도 있다. 버냉키 정도 되면 미국 재정이 구조적 악순환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각국은 경제 정책 수단으로 통화·재정·환율을 쓴다. 통화·재정이 약발이 없으니까 환율 정책을 들고 나올 것이다. 올해 1, 2분기 성장도 달러 약세로 수출이 늘어난 덕이다. 민간 소비를 회복시키려면 고용을 늘려야 한다. 공장을 돌리려면 수출을 해야 한다. 결국 양적 완화를 통해 달러 약세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세계 여러 나라의 반발이 심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양적 완화에 맞서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나. 일본·유럽도 사정이 어려우니 달러 약세를 받아들일 수 없다. 세계적으로 환율 전쟁이 재발할 것이다. 힘의 싸움에 대비해야 한다.

-세계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센터장=실제로 미국보다 더 위험한 건 유럽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돈을 빌려주면 빌린 사람이 다 갚든지, 언제든지 이자를 또박또박 내든지 해야 문제가 없다. 그런데 워낙 빚이 많으니까 신뢰도가 계속 떨어지면서 위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982년에 시작된 남미 외채 위기는 88년 미국이 개입해 빚을 탕감해주고 유전 등을 담보로 잡고 보증 서고 나서야 해결됐다.

오 교수=전 세계가 부채 함정(Debt Trap)에 빠졌다. 금리도 제로 수준이라 정책수단이 마땅치 않다. 이런 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구제금융을 쓰느라 각 나라의 정부 부채비율이 급등했다.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재정을 긴축해야 하는 상황인데, 잘못하면 더블딥 정도의 문제가 아니고 성장동력이 없어진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악순환이다. 결국 전 세계 경기가 조금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중장기적으로 불황(디프레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김 원장=상반기에 성장률이 예상보다 나빴던 것은 선진국 지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국·인도 등이 경기가 좋아 버텼다. 개발도상국은 하반기에도 좋을 것이다. 선행지표가 조금씩 떨어지지만 성장률이 워낙 높다. 미국은 심하게 나빠지진 않을 것이다. 돌발변수는 유럽 쪽이다. 이탈리아·스페인까지 번지면 심각해진다. 하지만 성장보다는 환율·물가 등이 더 큰 걱정거리다. 개도국 경기가 좋아지면서 원유만 빼고 구리·알루미늄·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많이 뛰고 있다. 하반기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오 교수=전에는 하반기 미국이 회복되면 우리나라도 회복될 거라 예상했다. 당초 IMF는 올해 미국이 2.8%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3분기 예상치를 보면 잘해야 1.2%다. 이 상황에서 우리도 하반기 성장이 힘들 것이다. 특히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 내년에는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다. 환율 변동이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데 6개월~1년이 걸린다. 지금 수출 호조는 지난해 원화 약세의 혜택을 보고 있다. 그만큼 착시 현상이 있다. 내년에는 선거도 있어 예측이 어렵다.

이 센터장=한국 경제는 여태까지 세계 경제가 안 좋을 때 상당히 많은 기회를 찾았다. 자동차만 봐도 경쟁자들이 주춤하는 지금이 현대차에는 기회다. 정보기술(IT)도 기대할 만하다. 시장은 굉장히 크고 애플이 혼자 다할 순 없다.

-국내 주식시장은.
김 원장=금융시장은 실물보다 오버슈팅(과도한 상승)하거나 언더슈팅(과도한 하락)한다. 전반적으로 보면 선진국들의 경기가 안 좋은 반면, 우리는 경기나 기업 실적이 비교적 탄탄하다. 그동안 주가가 오른 이유는 원화가치가 끊임없이 오르면서 차이나머니 등 외국 자금이 많이 몰려들어서 밀어올렸기 때문이다. 그런 자금은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나갔다 들어왔다 한다. 주식 시장이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

이 센터장=지금 수준이 그렇게 낮지도 높지도 않다. 올해 3분기가 가장 어려울 것이다. 당분간 외국인 매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미국 경제가 안정되고 중국이 추가 긴축 없이 성장을 이어가는 아주 성공적인 그림이 그려진다면 연말 정도에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주가는 좀 더 앞서 반영하니까 4분기를 기대해볼 만하다.

오 교수=우리나라 주가는 경기에 비하면 고평가돼 있다. 주가가 과거에는 500~1000포인트에서 움직이다가 2007년에 간접투자(펀드) 붐이 일면서 2000대로 올랐다. 주가의 상·하한선이 1200~2000 정도로 바뀌었다. 월평균 기준으로 올 4월에 2150까지 올랐는데 이게 우리나라 현재 여건으로 보면 상한선이다. 경기가 안 좋고, 하반기에는 더 안 좋다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08년 11월에 월평균 1074이던 주가가 지금까지 1년8개월간 올랐다. 뭐든지 계속 오를 순 없다. 주가가 2100까지 간 건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을 많이 샀기 때문이다. 조정이 돼야 정상이다. 조정이 안 되면 나중에 버블이 생긴다. 얼마나 조정되느냐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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