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각료회의 증산 합의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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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8일 석유장관 회의에서하루 145만배럴 증산에 합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것은 일단 석유시장에 유가 인하를 유도할 전망이다.

OPEC의 공식 발표는 즉각 나오지 않았지만 증산 합의가 공식 확인된다면 이것은OPEC 자체에서도 결국 지나치게 높은 유가는 세계 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해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OPEC가 지난해 3월 회의에서 산유량을 하루 171만6천배럴 감축하기로 결정한 뒤배럴당 10달러 이하이던 유가는 불과 1년 만에 배럴당 34달러까지 3배 이상 급등했다.

이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석유 수입국들은 고유가로 인한 고물가 현상에 직면했고 특히 경제위기에서 겨우 회복되고 있던 아시아 및 중남미 국가들은 고유가의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고유가가 회복세를 타던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고유가로 인해 석유수입국들의 경제가 타격을 받고 석유수요가 줄어들 경우 이것은 산유국들에게 다시 부메랑 효과를 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OPEC 회원국들 스스로도 배럴당 25달러를 넘는 고유가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란과 알제리 등 막판까지 증산에 반대하던 나라들도 증산이 불가피하다는데 동의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쿠웨이트는 OPEC가 합의에 실패할 경우 독자적으로 증산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며OPEC 비회원국이지만 감산합의를 유지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해온 멕시코도 하루 20만-30만배럴 증산 방침을 밝혔다. 이렇게 대세는 증산 쪽으로 기울었으나 문제는 증산규모였다.

미국은 OPEC가 하루 20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증산할 것을 촉구했으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는 OPEC 석유장관 회의에서 지난해 감축 합의했던 하루 170만배럴을 다시 복구시키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에 대해서는 이란을 제외한 전 회원국들이 동의했으나 이란은 끝까지 120만배럴 증산을 고집해 회의가 막판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따라 OPEC은결국 만장일치 합의라는 전통을 깨고 이란을 제외한 채 하루 145만배럴 증산을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이란의 반대는 OPEC의 공식 발표때 막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OPEC는 지난해 4월 이후 하루 170만배럴 줄어든 2천297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함으로써 유가를 급등시켰으나 이번에 소식통들의 예상대로 하루 145만배럴 증산이 공식발표된다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평균 25달러선에 머물 것으로 해외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김대영 기자 kdy@yon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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