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양철’ 누구기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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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철 부회장(左), 이승철 전무(右)

재계 안팎에서 ‘양철’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정병철(65) 상근부회장과 이승철(52) 전무에 대한 것이다. 둘은 전경련 사무국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이다. 이름 끝 글자를 딴 ‘양철 논란’은 두 사람의 리더십이 부족해 전경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양철 논란의 골자는 세 가지. 정부와 정치권이 대기업을 압박해대는 데 전경련이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대기업을 대변해 국민과의 소통에 소홀하며, 심지어 전경련 내에서 전횡을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모처럼 10대 그룹에서 배출된 허창수(63·GS그룹 회장) 회장의 리더십마저 빛이 바래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대기업 임원은 “초과이익공유제 등 사방에서 압박이 들어오는데 전경련은 꿈쩍 않는 것 같다”며 “정 부회장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도대체 전경련이 하는 일이 뭐냐. 회비 내는 게 아깝다’는 항의를 회원사들로부터 듣기도 한다”고 전했다.

 정 부회장은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대표, 국제경영원장, 중소기업협력센터 이사장 등 여러 전경련 산하 및 관계기관 수장 직책도 맡고 있다. ‘전횡’이라는 표현이 나도는 이유다. 이승철 전무도 그동안 전경련 회원사가 맡던 한국경제연구원 감사를 겸하고 있다. 양철 논란에 대해 정 부회장과 이 전무는 4일 본지 기자와 만나 “전경련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완전한 오해”라고 해명했다.

 - 그런데 왜 이런 오해가 나오나.

 정=“전경련이 따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정부와 여당이 전경련의 의견 개진을 대부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밖에 대고 떠들면 긁어 부스럼 아닌가. 조용히 일이 처리되다 보니 전경련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이=“전경련은 수많은 정책 건의를 하고 있다. 그중에 정말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해 언론을 통해 의견을 발표하는 것은 5% 정도다.”

 -인사 전횡 목소리가 높다.

 정=“최근 한경연 구조조정한 것 갖고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 이는 외부 전문기관 컨설팅 결과에 따라 한 것이다. ”

 정 부회장은 “내부 개혁을 강하게 추진하려다 보니 여러 자리를 맡게 됐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한경연의 경우 지난해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을 지적하며 내부 개혁을 요구했으나 먹히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올 초 자신이 대표가 돼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등 개혁을 추진했다는 해명이다. 정 부회장은 이처럼 명확하게 효율을 따지며 소신을 무조건 밀고 나가는 외골수 스타일이다. 이 과정에서 종종 적을 많이 만드는 약점이 있다는 평이 따른다.

 ‘양철’에 우호적인 재계 시각도 있다. 한 4대 그룹의 간부는 “최근 그룹의 이해 관계가 크게 걸린 법 개정이 있었는데 전경련이 늘 함께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 의견을 개진하는 등 도움을 줬다. 고맙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평했다.

 재계의 한 임원은 “ 전경련이 삐걱거리는 느낌을 재계에 던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창립 50주년(16일)을 맞는 전경련이 재계의 구심점이 되려면 이런 인식을 지울 수 있는 리더십이 부회장과 전무에게 요구된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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