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독점] 옹알스②-옹알스가 유럽인에게 전파한 '코리안 스타일' 효과는 곧바로…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숙소에서 공연에 대해 회의중인 옹알스 멤버들과 매니저

※옹알스가 보내온 편지 원문은 기사 하단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에든버러에서 온 편지] 옹알스의 유럽개그정복기 #첫번째 이야기

누가 개그맨들 아니랄까봐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말로 설명을 하다가도 금세 일어나 행동까지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달 21일(한국 시간) 영국 출국을 앞둔 옹알스를 만나기 위해 사당역 근처에 위치한 그들의 연습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데뷔 10년 동안 자신들을 인터뷰 하기 위해 연습실로 직접 온 취재진은 처음이라며 "감사패라도 만들어서 증정하고 싶은 마음입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1시간 정도 예상했던 인터뷰는 무려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인터뷰 보다는 친구들과 떠드는 즐거운 수다에 가까웠다. 그만큼 가슴 속에 묵혀 온 이야기들이 참으로 많아보였다.

인터뷰 당시 옹알스는 작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처음 참가했던 이야기들을 속속들이 풀어놓았다. 그 중 재밌었던 것이 바로 '코리안 스타일' 에피소드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 참가팀들은 거리 홍보를 한다. 조금이라도 더 관객을 모아볼까 해서다. 그렇다고 관객만을 대상으로 홍보하지는 않는다. 페스티벌 스태프들에게도 해야 한다. 왜 그래야 할까? 그 비밀은 바로 '매표소'에 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열리는 공연장의 매표소 주변은 온통 공연 포스터로 채워져 있다. 티켓을 끊으러 온 관객들이 손쉽게 공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나열해 놓은 것이다. 이런 경우 두 말할 필요없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자신들의 포스터가 붙는 게 좋다.

올해 공연하는 C venues 극장의 모습

지난해 옹알스 멤버들은 음료수를 하나씩 들고 가 포스터 작업 중이던 스태프들에게 건넸다. 유럽인들은 다른 사람에게서 이유없이 무언가를 받는 것에 익숙치 않다. 그래서인지 스태프들은 머뭇거리며 정중히 거절했다. 이 때 옹알스는 개그맨 특유의 '씩 웃는 표정'으로 "코리안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스태프들은 그제야 함께 웃으며 기분 좋게 음료수를 받았다. 그 효과는 다음 날 금방 나타났다. 옹알스의 포스터가 매표소 정중앙에 떡하니 붙어 있었다. 역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었다.

올해도 같은 방법을 쓸 참이다. 슬쩍 스태프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음료수를 건넸더니 이게 왠일? 이번엔 스태프들이 거절없이 오히려 고마워 했다. 내심 기분이 좋았다. 이 참에 '코리안 스타일'을 전 세계에 전파시켜볼까 보다. 그나저나 이번엔 과연 포스터가 어디에 붙을지 무척 기대된단다.

그런데 아뿔사, 대형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31일 오전 온라인 중앙일보에 도착한 멤버 기섭의 e-메일엔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저희 또 큰일났어요. 쇼케이스 때 형광쇼 보셨죠? 그거 못 할 것 같아요." 이건 또 무슨 일인가 했더니 공연을 하기로 한 극장의 조명·음향이 옹알스가 준비한 무대에 전혀 맞지 않는단다. 극장 안에 비상구가 많아 그 불빛 때문에 무대가 완전히 암전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야심차게 준비한 형광 퍼포먼스가 통째로 날아가게 생겼다. 음향 역시 말썽이다. 공연 중 비트박스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마이크 볼륨이 큰 영향을 미친다. 최대한 큰 소리로 비트박스를 해야 더 생동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극장에서 지정해놓은 볼륨 최대 수치는 무척이나 작았다.

결국 준비한 퍼포먼스를 모두 바꾸기로 했다. 허탈함에 멤버들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게다가 오는 3일에 있을 첫 공연까지 남은 리허설은 단 한 번뿐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옹알스의 공연은 무사히 치뤄질 수 있을까?

유혜은 리포터

▶ [7월 26일 편지]개그는 눈물이다.TV는 허상이다

▶ [7월 27일 편지] 지난해, 포근히 감싸주신 아주머니와 재회하다

▶ [7월 28일 편지] 개막공연,메인극장의 표가 거의 동났다

▶ [7월 29일 편지] 역시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

▶ [7월 31일 편지] 공연장 조명 때문에 쇼를 다 바꿔야 한다니…

▶ [관련기사] 말 한마디 없이 유럽을 웃기다…한국 최초로 유럽 무대 서는 개그팀 '옹알스'

▶ 사장 된 박준형 "개그, 실패가 쌓여 완성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