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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나를 찾고 싶으신가, 묘지부터 걸어보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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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혼자 사는 즐거움
사라 밴 브레스낙 지음
신승미 옮김, 토네이도
336쪽, 1만5000원

제목만 보고 오해하지 말자. 독신을 위로하려는 책이 아니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주려는 책이다. “인생은 혼자다”라는 진실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따끔하게 꼬집어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워싱턴 포스트’ 등에서 25년간 일간지 기자 생활을 해 온 저자는 어느 날 반평생 가까이 남을 위해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진정 원했던 길이 무얼까 고민하다 홀연히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영국의 작은 마을로 들어가 몇 년간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한 방법에 몰두한 후 깨달은 79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먼저 해볼 만한 것은 묘원 산책하기다. “사랑하는 것들에게 매일 안부를 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서다. 기름냄새가 진한 중국 음식점, 나무냄새가 진동하는 헌책방, 대형백화점의 향수매장 등을 들러 후각을 깨워볼 것도 제안한다. 감각을 깨워야 진정한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거다.

 눈여겨볼 것은 소소하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의 목록이다.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노하우를 쌓은 왕언니의 조언이랄까. 예컨대 ‘위안을 주는 서랍 만들기’.

 “직장에서 8~10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자신을 돌보는 습관을 통해 하루를 만족스럽게 보낼 줄 알아야 한다. 위안을 주는 서랍을 만들어 보자. 늘 직장에 두고 싶었지만 챙겨놓지 않았던 물건을 넣어놓자. 작은 반짇고리, 옷핀, 스타킹, 독서용 안경 (…) 박하사탕, 초콜릿 바, 멀리 사는 친구에게 간단히 안부를 물을 카드도 넣어놓자.”

 대단한 깨달음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자처럼 ‘나만의 목록 만들기’를 시도하도록 돕는 책이다. 관계 속에서 지칠 때 ‘나만의 혼자 놀기 목록’을 만들어 보는 거다. 인생이 복잡하다고 느껴질 때 만나야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니까.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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