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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들어간 금융권 연봉 또 올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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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영범
한성대 교수·경제학

올해 은행권 노사관계가 심상치 않다. 금융노조는 7월 21일 전국 9000여 분회를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해 68.8%의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임금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다음 달 6일 전체 신입사원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9월에는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노조가 실제로 총파업을 단행한다면 2000년 7월 이후 11년 만이다.

 현재 금융산업 노사 간에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나 임금인상 폭에 대한 차이가 크다. 또한 대졸 초임 원상회복에 대해 사측은 교섭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고임금 업종인 금융산업에서 임금 문제로 노사갈등이 발생한다는 것은 국민에게 매우 짜증스러운 일이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의하면 2010년 기준 금융·보험 산업의 근로자 1인당 평균 연봉은 5152만원이다. 전 산업 평균 3449만원보다 1703만원 많다. 대표적인 금융 공기업인 S은행의 1인당 연평균 보수는 9000만원을 넘는다. 조합원 이탈을 막기 위해 전국의 유명 콘도를 돌아다니면서 파업을 하고 있는 SC제일은행의 경우 퇴직 후에도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는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SC제일은행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이다.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청년실업이 화두가 되는 현실에서 막대한 공적자금의 수혈을 받아 기사회생한 은행권에서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의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정부가 2009년 경제위기 이후 입사한 금융·공공기관 대졸 신입 직원들에 대해 임금 삭감을 유도한 것은 타 산업과의 임금격차를 완화하는 데 있어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신입 직원이 기존 직원과의 임금격차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조직 내 갈등 요인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문제는 노조의 주장처럼 대졸 신입 직원의 임금을 원상회복하기보다는 기존 직원들의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그 절약분으로 신입사원의 급여를 단계적으로 보전해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 나아가 금융산업 노사가 577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이나 정규직에 비해 보수와 처우에서 열악한 근로자들, 최근 채용이 확대되는 고졸 신규 직원들에 대한 근로조건 문제를 우선 배려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이길 기대한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경제학